초여름 향기가 가득한 저녁 시간이다.
늘 바쁜 하루의 일과 속에서 가끔 가지는 이런 작은 여유가 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지금껏 나를 가르쳐 주셨던 여러 스승님들의 가르침과 사랑은 오늘날 내가 현재의 자리에서 일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중학교 시절 한자 공부와 더불어 읽게 되었던 '채근담'(菜根譚)은 요즈음 다시 펴 봐도 여전히 내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채근담에 나오는 글을 두 가지만 소개해 본다.
'세상길이 험난하지만 평탄하게 걸어가는 법이 있으니 그것은 양보심을 가지는 것이다.
좁고 험한 길에선 상대방이 먼저 지나가도록 길을 양보하고, 가기 쉬운 평탄한 길에선 상대방에게도 나란히 걸어갈 만큼의 길을 양보하는 것이다'.
채근담 전집(前集) 35항의 글이다.
오늘날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오로지 자기중심적으로 생활하는 우리들에게는 금과옥조 같은 말이다.
자신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남을 배려할 수 있는 여유있는 마음, 세상에 이 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
나는 이 글에서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너그러움을 배우게 되었다.
양보가 당장에는 손해보는 것 같지만 넓은 의미로는 더 큰 이익을 얻게 되고, 양보하는 마음과 더불어 우리 사회가 더욱 밝아진다고 생각한다.
'괴로움과 즐거움을 다같이 연마하여 얻은 행복(幸福), 그런 행복이라야 오래 간다.
의심과 믿음을 바탕으로 터득한 지식, 그런 지식이라야 참된 지식이다'.
채근담 전집 74항의 글이다.
온갖 괴로움을 이겨내고 얻은 즐거움이 참으로 값진 것이다.
높은 산을 오를 때 다리도 아프고, 땀도 많이 나고,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지만 고통을 꾹 참고 정상에 이르렀을 때는 얼마나 즐거운가.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안착한 사람은 진정한 즐거움을 맛볼 수 없는 것이다.
또 부모로부터 집 한 채를 그냥 받아 멋모르고 살기보다 셋집에서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 알뜰히 저축하여 부부의 힘으로 집 한 채를 마련하였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기쁨이요 행복일 것이다.
또 지식을 의미없이 달달 외기보다는 자신의 체험과 깊은 생각을 바탕으로 해서 자신이 창출한 자신만의 독특한 지식이 진정한 지식이다.
이러한 지식은 오늘날 정보화 시대, 지식기반 사회에서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창의력의 밑바탕이 된다.
채근담은 동양의 고전(古典)으로서 인생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하고 우리가 참되고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
오늘도 책 속의 길을 산책하며 삶의 작은 행복을 음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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