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라는 직업은 이율배반적인 '이중성'을 띠고 있다.
직업 난에 '무직'이라고 써야 할 정도로 사회적 인식의 벽은 높으나 일단 명성을 얻게 되면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그래서 명성을 얻으면서 '프로'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공모전이나 현상모집의 입상 등 공신력 확보를 위한 경력 쌓기에 온갖 방법이 동원되거나 물의가 빚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더구나 예술 분야는 독창성과 다양성이 요구되므로 개성과 예술성을 가늠하는 잣대 마련이 어렵고 애매할 수밖에 없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 점 또한 비리가 끼어 들 '틈'이 되고 있다.
▲한국서예협회와 한국서가협회가 각각 개최하는 '대한민국서예대전'과 '대한민국서예전람회'의 심사 과정에서 입상·입선 대가로 뒷돈이 오간 사실이 경찰에 적발돼 시끄럽다.
서예계의 비리를 둘러싼 의혹은 이미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대필해주거나 '뒷돈 입상' 등의 부정을 저질러 적발된 24명 가운데 주최측 이사장을 비롯한 간부와 심사위원들이 상당수 들어 있다니 '사면초가'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파문은 지난 1993년 14명이 구속된 같은 공모전 비리의 '악화된 재판'이어서 비난의 소리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같은 형태의 비리 되풀이는 서예계에 돈 받고 명성 만들어주기, 주최측 간부나 심사위원과의 결탁, 인맥 만들기와 제자 챙기기 등 '구조적 비리'가 수그러들기는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이쯤 되면 마음과 인격을 닦는다는 '서도(書道)'에 먹칠하는 행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실 예술작품 공모전이 퇴색되고 있는 추세다.
1949년 출범한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는 미술계 최고의 등용문 역할을 하면서 온갖 파쟁과 심사 부정 등 비리의 근원지로 흔들려 오다 30년 만에 폐지됐었다.
1982년에 다시 부활됐으나 1986년부터는 장르별로 각 협회들이 주최하면서 권위가 더 떨어진 채 주로 신인들의 창의력을 시험하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공모전들이 '국전'의 구악을 더 적극적으로 잇고 있다면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선진국에서는 공모전들이 사라지는 분위기다.
몇몇 유명한 경우들만 옛 추억의 향기쯤으로 명맥을 잇고 있을 뿐, 입상작이라 해서 예술성을 크게 인정받거나 작품 값이 껑충 오르는 것도 아니라 한다.
예술작품을 두고 일회적인 경쟁 방식으로 우열을 가리는 것은 비문화적이라는 인식도 바탕에 깔려 있다.
이젠 우리나라 예술계에서도 공모전을 거치지 않은 작가들의 활약이 오히려 두드러지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공모전들이 비리를 '공모(共謀)'하는 온상이라면 우선 예술인들부터 진지하게 자성해봐야 하리라.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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