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192명, 부상 147명. 지하철 및 관련 시설 손실액 516억원. 인근 상가 피해액 48억9천여만원…. 지난 2월18일 대구지하철 참사가 가져다 준 상처의 크기이다.
그리고 벌써 다섯달째.
이제 그 희생을 전화위복의 발판으로 삼아 대구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일으켜 세우려는 노력이 본격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사망자 합동영결식도 치른 만큼, 사후 수습 문제 파행으로 잃었던 기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안전 도시로, 가장 능력있는 지방정부로, 깨어있는 시민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 도약의 계기로
지하철 참사 당시 취재차 왔던 일본 교도통신 기자는 "한국의 도시 중에서는 수도 서울과 항구도시 부산만 생각하고 있다가 지하철 참사때문에 대구도 알게 됐다"며 "대구는 늘 사고와 혼란이란 이미지로 나에게 기억될 것"이라고 했었다.
10년도 못미치는 기간 동안 중앙로역·상인동·신남네거리 등에서 무려 3번이나 세계 지하철 참사 사상 상위 2개의 대형 참사가 났으니 참사의 도시로 낙인 찍히기고도 남을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참사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안전 시스템을 완비해 간다면 대구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속에서도 "위기를 극복하고 부활한 도시"로 '부활'할 수 있다고 희망을 강조했다.
영남대 도시공학과 김대웅 교수는 "대구가 지금까지 외적 팽창 위주의 정책을 펴오면서 안전 등 도시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포인트들을 놓쳐 왔다"고 지적했다.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외적 팽창보다는 도시 본연의 기능 확보에 초점을 두고 있는만큼, 대구도 효율적인 도심 재개발, 주차난 해소 등 시민 삶과 직결된 문제부터 먼저 풀어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 교통과 관련해서도 "일률적으로 지하철 위주의 대중교통 체계를 갖추려 노력하다 보니 빠진 것이 많이 생겼다"며 "시내버스를 주류로 활용할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참사 백서를 준비 중인 경북대 건축과 홍원화 교수는 "가장 시급한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과 최영상 교수는 "안전한 도시가 갖출 기본은 완벽한 소방안전 시설"이라며 "예산 확보가 선결돼야 하지만 그게 당장 어렵다면 인원 확충과 훈련을 통해 대처 능력이라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지방정부 변화의 계기로
지하철 참사 후 대구시정은 심하게 비틀거렸다.
제대로된 수습 체계를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증거 인멸 논란에까지 휩싸이면서 공신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 게다가 참사 4개월이 지나서야 장례 일정이 잡히고 보상 절차가 진행되자 대구시의 업무 능력에 대한 불신은 더 커졌다.
영남대 사회학과 백승대 교수는 "지방정부가 우선적으로 자기 혁신을 해야 시민들의 화합이라는 부가물을 얻을 수 있다"며 "지방정부가 이제까지의 안일한 자세를 버리고 신속한 행정서비스 제공과 자본 유치를 위해 노력해야 대구가 제2의 전성기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경남 사천이 새로운 개념의 행정서비스 시스템을 갖춰 영국 담배회사 등 해외자본 유치에 성공한 예를 들어, 백 교수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의 지방정부 혁신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남대 행정학과 우동기 교수는 "대구가 지하철 참사 4개월이 지나도록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은 대구시의 행정 무능력때문"이라며 "대구시는 당장 각 분야별 발전 목표를 명확히 세워 시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한 뒤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정치외교학과 김태일 교수는 "혼란을 수습하고 기회를 만드는 것은 행정의 몫"이라며 "시민들로부터 확실한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사태를 수습한 뒤 대구의 비전을 제시해야 시민들도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시민의식 변화의 계기로
대구보건대 최영상 교수는 시민들도 남을 탓하기 앞서 스스로 변해야 한다고 했다.
안전을 생활화하고 질서를 몸에 배게 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지하철 참사 후 안전 우선 사회를 만들어야 했던 많은 사람들이 지금은 옛날 일같이 그때 생각을 잊은 듯한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최 교수는 "지하철 모의 훈련에도 적극 참여하려는 시민이 거의 없었다"며 "사건이 나건 안나건 모두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줄 알게 돼야만 우리 사회에 안전이 확립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계명대 행정학과 최봉기 교수는 "지하철 참사때문에 대구 시민들이 언제까지 서로 미워하고 탓해야 하느냐"며 "대구가 화합하는 계기부터 만들어야 한다"며 했다.
그걸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분위기부터 바꿔야 하고,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분위기 전환에만 성공하면 시민들 사이에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기운이 다시 생길 것이며 예전처럼 활기차고 동적인 시민의 힘이 다시 발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남대 백승대 교수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끼리끼리 문화'로 불리는 대구의 폐쇄성도 없애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만 대구 시민사회가 화합과 단결로 갈 수 있으며 곧 있을 U대회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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