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니 뭐락카노, 저 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밧줄은 삭아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니 흰 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오냐, 오냐, 오냐,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박목월 '이별가' 부분

'뭐락카노'의 의문 섞인 질문이 이승 또는 저승의 강물 사이 펄럭이는 옷자락과 함께 아득해진다.

세월은 동아밧줄로 삭아내리는데 바람소리와 함께 멀어져 가는 몸짓 보고 오냐 하며 모든 것 받아들인다.

투박한 질문과 오냐라는 관용의 언어가 절묘한 대칭을 이루어 음악의 대위법적 효과를 노리고 있다.

목월 시인은 삶의 전과정의 정한을 이별을 통한 두 마디 사투리로 압축시킨다.

이래서 사투리는 문화재가 된다.

권기호(시인·경북대 명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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