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칠곡-구미 'IT밸리' 꽃피우자

대기업과 첨단기업이 스스로 찾아오는 대구경북을 만들고, 급변하는 세계시장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창조하는 현실적 대안은 좥산업클러스터'에서 찾을 수 있다.

이재훈 영남대 교수'경영학)는 "현실적 해법을 찾는 첫 단계는 우리가 가진 것을 정확히 아는 지혜에서 출발해야 한다.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새로운 것이 창조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은 세계 최대의 전자공업단지인 구미공단과 포항철강공단, 울산 자동차, 창원 기계산업단지 등 생산기반이 어느 곳보다 튼튼한 곳이다.

또 대구경북은 경북대 영남대 포항공대 금오공대를 비롯한 15개 종합대학과 35개 전문대학을 보유하고 있는 교육의 중심지다.

지식경제 시대의 핵심 경쟁력인 인재양성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이미 갖춘 셈이다.

1970년대부터 국가전략 차원에서 육성된 경북대 전자전기공학부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1만3천여명의 졸업생 중 68%가 대기업, 대학, 연구소 등으로 진출했고 수도권 벤처기업까지 포함할 경우 거의 대부분이 좥대구'를 떠나 생활하고 있다.

우리나라 IT'정보기술)산업의 주역을 양성함으로써 IMF 위기극복과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지만, 지역적 차원에서 볼 때 애써 키운 인재를 다른 지역 발전에 제공한 모양새가 됐다.

그러나 설문조사 '2001년 디지털밸리' 결과, 지역에 남고 싶다는 졸업생'43%)이 수도권 진출 희망자'36.3%)보다 많다는 사실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모바일 단말기와 첨단디스플레이 등의 생산기지로 연간 31조8천억원의 총생산을 기록하고 있는 구미공단이 연구시설 및 고급인력 부족으로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의 인재양성과 R&D'연구개발), 구미의 생산시설을 잇는 좥대구-칠곡-구미 IT 클러스터'의 육성은 대구경북 공생 메커니즘의 획기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홍배 경북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IT산업 조사 결과 대구는 소프트웨어 관련산업이 85%를 차지하고, 경북은 하드웨어 관련업종이 66%로 나타났다"며 "이미 대구 칠곡지구의 경우 30여개의 모바일 벤처업체들이 모여 소규모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IT 클러스터 육성정책은 성공 가능성이 확실할 뿐 아니라 수도권과 충청권에 비해 나날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지역산업에 커다른 활력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용배 건국대 교수도 "구미공단을 중심으로 생산된 우리나라 제품이 세계 첨단 디스플레이 시장의 40%를 점유하는 1등국이 됐다"며 "그러나 전자·화학·화공·재료 분야의 전문인력이 아직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생산설비의 80%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따라서 "대구가 전문인력 양성과 첨단 디스플레이 생산설비에 들어가는 수 백가지의 부품 및 소재를 국산화하는 첨단 중소기업 육성에 주력한다면, 대구·구미간 산업생태계가 조성돼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국가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섬유를 제치고 대구의 주력업종으로 등장한 기계·금속 산업에 대해서도 새로운 접근법이 요청된다.

대구·경북·울산을 벨트화시킨 좥기계·부품소재 클러스터'의 종합적 지원이 그것이다.

기계·부품소재 클러스터는 국내 3대 주물단지 중 하나인 다산주물단지'에서 시작돼 성서공단 기계·부품'→ 경산 자동차 부품'→ 영천 주물+부품'→ 경주 자동차 부품'→ 포항 철강'→ 울산 좥자동차 조립'완성차)'으로 이어져 있지만, 네트워킹이 원활하지 못해 비효과적이란 비판이다.

3대 광역지자체가 통합적 인프라를 지원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5회 연속 기계분야 국책공과대학으로 선정된 영남대를 중심으로 경북대,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대구대, 경일대, 포항공대, 금오공대 등이 모두 기계·금속분야의 혁신역량을 갖추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시너지가 발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훈 영남대 교수는 "지역대학간 협력체제를 구축해 지방정부가 지역대학을 지원하고 지역대학이 산업클러스터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대구기계부품연구원을 민간으로 이양시켜 지역대학 교수들을 연구진으로 참여시키는 것도 기존 인프라의 활용도를 높이는 전략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방바이오밸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좥바이오 클러스터'에 대해서도 색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립대학내 한의학과를 설치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경북대가 한의학전문대학원을 설치해 의사, 한의사, 일반 기초과학 전공자들을 모집, 한방바이오 산업을 위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한편 대구를 한·양방 협진 시스템의 메카로 육성하자는 내용이다.

또 의과대학과 종합병원이 많은 대구의 특성을 활용해 바이오산업의 핵심인 세계적 신약개발 네트워크에 동참, 의료서비스를 산업의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유철 경북대 의대 교수는 "한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은 워낙 미묘한 문제라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며 "다만 일부 교수들이 지역의 낙후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개인적 의견을 내놓고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홍대일 대구테크노파크 단장은 "클러스터의 육성은 클러스터 간에 또다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섬유 등 전통산업이 IT, NT'나노기술) 등 첨단기술과 접목돼 첨단업종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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