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그의 푸른 매미채 안으로

나의 잠이 파르르 떨며 다시 잡힐 때

내 왼손 약지에

그 신화의 금빛 꽃송이 하나

끼워져 있네

아득한 잠의 세포로, 또는 사랑의

모든 기억 분자로 마음 휘젓는

네 푸른 매미채

밀려 있던 내 몸짓 다시

흐르며 이 세상 모든 잠들

팔랑팔랑 빠져나오네

백미혜 '에로스의 반지' 중

옹달샘 옆에서의 소꿉장난 같다.

내가 그에게 가는 것도 푸른 매미채 안에 파르르 뜨는 잠자리가 된다.

그것은 어릴 적 약지에 끼워주는 금빛 꽃송이이기도 하고 사랑의 기억 분자로 마음 휘젓는 것이기도 하지만 오직 그의 매미채 안에 팔랑팔랑 노는 몸짓일 뿐이다.

제목이 '에로스'이지만 관능적 요소가 여리고 천진한 이미지에 여과돼 오히려 '아가페'를 느끼게 한다.

권기호(시인·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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