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시민들을 습관화시켜 온 획일주의가 물러가고 다양화 시대가 닥치면서 같은 물건이나 서비스에도 대금.요금이 들쭉날쭉해져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으면서 가격 정보에 목말라 하고 있다.
기갑수(48.대구 월성동)씨는 최근 쌀 반 가마(40kg)를 친지에게 보내려고 ㄷ화물에 운송을 맡기면서 운송료로 9천원을 냈다.
그러나 다른 업체에 알아본 결과 거기서는 그 3분의 1이면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놀라서 소비자 보호센터에 문의했지만 요금이 자율화돼 어쩔 수 없다는 말에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기씨가 당한 부문은 서비스요금이었으나, 공산품 가격에서도 판매업소마다 큰 차가 나고 있다.
정가제(定價制)가 폐지되고 권장소비자가격제를 거쳐 2000년부터 판매가격 표시제 즉 가격 자율화가 실시된 때문.
대구시가 근래 약국별 의약품 판매 가격을 조사한 결과 원비디는 최저 250원에서 최고 500원, 비타민씨(정)는 최저 1만2천원에서 최고 3만원, 해열제 타이레놀(정)은 최저 800원에서 최고 2천원까지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었다.
소비자연맹 대구지회가 지난 5월 대구시내 핸드폰 판매가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가격차는 상당했다.
신규 가입 기준 LG SV110 모델은 최저 42만원에서 최고 54만원까지, 삼성 애니콜 SPH-X7809 모델은 최저 43만원에서 최고 51만4천원까지 가격이 들쭉날쭉이었고 서비스요금도 마찬가지여서 미용료는 지역에 따라 최저 1만5천원에서 최고 3만원, 피자(보통 사이즈)는 최저 7천800원에서 최고 1만1천원까지 받고 있었다.
이같이 값이 천차만별화되자 인터넷에는 각종 가격 비교 사이트가 등장, 20, 30대는 이를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
백화점식 사이트보다는 컴퓨터.가전품.핸드폰 등 세분화된 사이트가 더 인기를 끌기도 하고, 할인점들의 생활용품 가격, 주유소별 기름값, 특정 상권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비교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한영순(37.대구 복현동)씨는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정보를 얻어 할인점을 찾거나 인터넷으로 주문한다"면서 "인터넷에 가격이 나타나 있지 않은 품목에 대해서는 전화로라도 확인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인터넷 사용에 익숙잖은 40, 50대들은 다양화된 물가에 마냥 답답해하고 있다.
오기옥(46.경산)씨는 소문만 믿고 옥매트를 35만원에 샀다가 낭패를 봤다고 했다.
다른 대리점에서 10만원이나 싸게 살 수 있음을 뒤늦게 알고는 차액을 환불받으려 했으나 쉽잖았다는 것.
가격.요금 정보 수요가 증가한 뒤 소비자 단체들은 생활용품 및 서비스가격 정보를 조사해 공개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지속적인 조사에는 난색을 표했다.
소비자연맹 대구지부 김은지 사무차장은 "일부 품목만을 대상으로 가격을 조사하고 있긴 하지만 확대 실시하기에는 재정적 뒷받침이 약하다"면서 "언론사와 연계해 정기적으로 가격 정보를 전달하는 채널이 마련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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