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 체첸사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중국의 위구르족과 티베트 분리운동, 인도와 파키스탄의 카슈미르 분쟁….
이들 세계적 분쟁지역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어느 곳이나 어김없이 미국이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세계의 분쟁지역'시리즈 취재를 위해 만난 국제관계 전문가들 입에서도 역시 '미국'은 감초처럼 등장했다.
종교갈등, 민족갈등, 영토분쟁 가릴 것 없이 미국과 관련되지 않은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은 어떤 나라일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 지역에서 미국이 내세우는 명분은 자유.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챙긴다.
이라크인들의 해방을 내세운 이라크전쟁이 미국의 석유확보와 관련되어 있다는 건 다 아는 사실. 러시아와 대립관계에 있을 땐 체첸의 인권을 계속 거론하던 미국도 요즘엔 조용하다.
9?1 이후 테러에 공동대응한다는 명분으로 러시아의 인권유린 행위를 외면하고 있다
땅을 둘러싼 생존의 문제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도 미국이 있다.
대(對)아랍권 견제용 전진기지를 확보하려는 미국정책에 대한 아랍권의 반발이 중동분쟁에 한 요인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카슈미르 분쟁으로 50년 이상 앙숙인 인도?파키스탄의 화해움직임 이면에도 미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이곳으로 눈을 돌리자 양국이 움찔한 것. 핵을 가진 인도와 파키스탄은 대량살상무기를 구실로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을 보며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발빠른 양국의 화해움직임은 어쩌면 있을지도 모를 미국의 개입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이 아닐까. '문제학생'을 단속하겠다는 '거대 학생주임'의 등장에 알아서 용모를 가다듬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 학생주임은 '교장'(유엔)의 충고조차 아랑곳 않는다.
반면 세계의 경찰임을 자처하는 미국도 자국의 이익과 관련이 없는 분쟁엔 철저하게 무관심하다.
1975년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이 발발한 앙골라 내전이 대표적이다.
냉전이 끝나자 미·소 양 세력은 바로 철수해버렸다.
자국의 이익과는 무관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계속된 정쟁으로 지금까지 40여만 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미국에겐 이미 잊혀진 전쟁이 되고 말았다.
그런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7일 아프리카 순방에 나섰다.
아프리카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속셈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속하지 않은 아프리카 산유국에 있다.
아프리카 현지 언론들도 부시의 방문을 '오일 사파리'로 규정했다.
미국은 그같은 욕심을 애써 감추려하지도 않는다.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더이상 '이젠 그게 아니다' 라고 눈치볼 곳이 없기 때문이다.
과연 미국은 어떤 나라일까.
박운석(특집기획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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