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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교육섹션(유아)-박성화씨 가족 책읽기

"부모가 책을 읽으면 자연스레 아이들도 책과 가까워지게 마련이죠. 이젠 책을 잡았다하면 놓을 줄 몰라요. 아이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가정 교육 아닐까요?"

장맛비와 무더위가 오락가락하는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서도 박성화(37.여.대구 신기동)씨 가족은 여름을 모르고 지낸다.

바로 책 읽는 즐거움, 독서삼매경에 빠져 살기 때문이다.

모였다 하면 책 이야기로 시작해 책 이야기로 끝내는 박씨 가족. 지난달엔 네 식구가 모두 70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가족 가운데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아들 형진(10)이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책부터 펼쳐든다.

일곱 살 때부터 혼자 책 읽기를 시작했다는 형진이는 요즘엔 일주일에 열권 정도는 너끈히 읽어낸다.

관심 분야는 역사.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재미있어서"라고 했다.

"책에는 사람들의 마음이 나타나 있어 배울 게 많아요. 엄마 아빠가 책을 빌리거나 사 주면 부자가 된 기분이 들죠".

얼마전부터는 동생 고은(8.여)이도 책 속 세상으로 들어가는 즐거움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낸다.

TV 만화영화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고 한다.

버스 운전을 하는 아버지 조동호(41)씨도 근무가 없는 날에는 독서 행렬에 동참한다.

건강, 한방, 원예 등 읽는 분야도 다양하다.

이처럼 책 읽는 가족이 된 데에는 어머니 박씨의 영향이 커 보였다.

"책 읽기를 좋아하다 보니 아이를 가졌을 때도 책을 놓지 않았죠. 아이들을 키울 땐 옆에 앉혀 놓고 읽어줬어요. 그랬더니 글자를 깨치자마자 알아서 책을 읽더군요". 박씨는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지게 하려면 부모가 먼저 책을 곁에 두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부모가 평소 책 읽기를 소홀히 하면서 학원이다 뭐다 다른 사람 손에 맡기기만 해서는 결코 책을 좋아하는 자녀를 만들 수 없다는 것. 특히 부모의 욕심만 채우려고 억지로 책 읽기를 강요한다면 오히려 책에 대한 거부감만 키워 책과 멀어지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집안 어디를 살펴봐도 독서가족 같다는 흔적은 쉽사리 찾을 수 없었다.

사방 벽이 책으로 둘러싸여 있다거나 곳곳에 책이 쌓여 있는 것도 아니었다.

책꽂이엔 도서관에서 빌린 듯한 책이 수십권 꽂혀 있을 뿐 그 흔한 위인전 전집 한질조차 없었다.

박씨의 설명은 명쾌했다.

"집이 좁아 읽은 책은 상자에 담아 베란다에 쌓아둡니다.

필요할 때 꺼내 보면 되지 책이 무슨 장식품은 아니잖아요".

그는 꼭 갖고 싶은 책은 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인근 도서관을 이용해 빌려 읽는다고 했다.

가족 모두가 읽고 싶은 책을 평소에 기록해뒀다가 열흘에 한번 정도씩 도서관에 들러 한꺼번에 대출한다는 것. "책 읽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지 그 책이 내 것이냐. 또 어디서 읽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애들도 굳이 내 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무턱대고 책을 사주기보단 도서관 이용법을 가르쳐주고 함께 도서관을 찾는 게 더 좋은 공부 아닐까요".

자녀들에게 독서 습관을 길러준 방법을 묻자 박씨는 나름의 원칙들을 들려줬다.

처음에는 읽기 쉬운 책부터 읽힐 것. 글자가 깨알처럼 빼곡한 책보다는 만화나 글자가 큰 책을 통해 흥미를 갖게 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또 부모가 일방적으로 책을 골라주거나 책 읽는 방법을 가르치기보다는 스스로 판단하게 도와줘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독서를 학교 성적과 연관시키는 것은 금물. 책 읽기 습관은 상상과 현실 세계에 대한 구분이 뚜렷해지는 초등학교 3, 4학년 이전에 길러줘야 책이 주는 상상력을 계속 유지시켜 갈 수 있더라는 경험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박씨의 마지막 한 마디는 귀보다 가슴에 먼저 와닿았다.

"아이들이 책을 읽는 데 지식 쌓기나 공부 같은 특별한 목적을 두지 않습니다

그저 책을 통해 세상을 좀 더 잘 이해하고 남을 배려하는 자세를 배워 편견 없는 눈으로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람 뿐입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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