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학인 윤장근씨

국내 최장수 문학동인 대구 죽순문학회 윤장근(70) 회장. 일흔의 나이에도 불구, 한국 문단사를 줄줄 외다시피 훤하다.

이런 그를 두고 문인들은 '문학사전'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그러나 세월이 가니 이젠 몇년 몇년에 누가 무슨 일 했는지 숫자가 생각 안 날 때가 많아 " 라며 아쉬움을 보였다.

자택서 만난 윤회장은 인터뷰 중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3시간 넘게 길어졌다.

그는 요즘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광복되던 1945년10월 대구서 발족한 죽순문학회가 2005년 60주년을 맞아 일본 오사카 발행의 문예지 '사꾸'(柵)와 공동으로 오사카 한국총영사관에서 내년 3월 환갑잔치를 열고 대구(4월)에서 한차례 더 갖기로 했기 때문.

60주년 행사준비와 일본어 자료 번역작업, 동인지 죽순38호 준비에다 여기저기 쏟아지는 원고청탁에 시간이 빠듯하다고 했다.

그뿐 아니다.

' 윤장근 하면 구상 시인이 생각난다'란 말이 나돌 정도로 구상시인과 친밀한 관계인 윤회장은 요즘 구상 시인의 시 일본어 번역도 도맡아 하고 있었다.

6.25전쟁 피난시절 대구서 만난뒤 50년 교류를 해온 윤회장은 최근 구상시인의 건강이 나빠져 시름이 하나 더 늘어났다.

일모도원(日暮道遠)이랄까. 날은 지고 갈길 먼 윤회장은 또다른 근심거리를 안고 있다.

평생 모은 각종 문학관련 자료정리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거실과 침실은 물론 창고까지 빼곡히 채워 넣어도 넘치는 온갖 자료들 중에는 '국내 유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것만도 부지기수다.

하루 빨리 목록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할 뿐 몸이 따르지 않아 마음만 조급하다.

"자료 때문에 큰 일이야"라면서도 그는 서울 청계천 복원으로 고서적 가게들이 문닫기 전에 한번 더 돌아보기 위해 서울을 들락날락한다.

시인 이상화에 대해 남다른 관심과 열의를 보여온 윤회장은 시인 이상화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상화고택 보존은 잘됐지만 유물전시 등 소프트웨어 마련에 세심한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문단 등단 50년째를 맞는 그는 과거 화려한 지역문인들의 활약에 비해 최근 침체된 향토문단에 대해 아쉬움을 보였다

"문학은 양적팽창이란 외적성장보다는 허망감과 고독감, 상실감을 극복하는 인간정서를 담아내는 인간지향의 문학이어야 하고 지역문인들도 중앙.서울종속에서 벗어나 향토색과 지역적 특성을 살리는 '향토인으로서 자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대구 수필문단에서의 수필의 발전을 둘러싼 논쟁과 관련, 그는 "'울지 않으려 웃는다'는 말처럼 수필은 슬기로움이 흐르는 가운데 문학적 지혜와 인간애환을 안개처럼 내포해야 할 것"이라며 "수필인 지평은 수필인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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