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누나라는 말 속에는

밭이 있고, 언덕이 있고, 돌담이 있습니다.

그러한 풍경 속에는 또

서귀포라는 아름다운 항구가 있습니다.

오늘 나는 서귀포의 돌담길을 거닐다가

누나라는 말에 너무나 어울리는 풍경이다 싶어

누나! 하고 한번 불러봤습니다.

내게 없는 누나가

저 돌담의 오렌지 밭 한가운데서 오렌지를 따다가

광주리를 팽개치고 달려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봤지요

김영남(서귀포는 '진이'누나를 생각나게 한다)중

누나라는 말 속에는 봄비 속을 거니는 오누이 그림자가 있고 소꿉장난의 환한 돌담이 있다.

또 넘어진 상처를 호호 불어주는 추억도 있다.

서귀포 앞바다와 오렌지 밭 풍경 역시 누나의 치마폭처럼 포근한 안식으로 우리를 감싸 안는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누나처럼 맨발로 뛰어나와 애들 안부 물으며 금방 눈시울이 오렌지 빛으로 뜨거워 지는 것이다.

권기호(시인, 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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