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잎 클로버를 3개나 찾았어요".
풀과 꽃, 나무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대구시 북구 복현동 주택가에 최근 숲이 하나 생겼다.
빽빽히 들어선 집들 사이에 자리잡은 경진초등학교에 소나무 등 30여종 1천300여그루의 나무와 10종 1천600여포기의 풀, 꽃들이 심어진 것. 경진초교는 지난 2001년 시민단체인 생명의 숲에서 지원하는 '학교 숲' 학교로 선정돼 2년만인 지난 5월 '늘 푸른 경진 숲'을 만들었다.
생명의 숲 지원금 2천250만원, 대구시교육청 3천만원, 북구청 1천만원 상당 수목 등 모두 6천여만원 정도가 들었다.
숲이 생긴뒤 이곳엔 언제나 학생들로 북적댄다.
수업시간엔 동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며 노래도 하고 과학시간엔 식물을 공부하는 학습장이 된다.
방과후엔 술래잡기, 클로버 찾기 등 놀이 공간으로 변한다.
또 아침, 저녁으론 엄마와 함께 산책도 하고 숲에 있는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좋은 휴식 장소도 된다.
숲을 만들때 학생들이 선생님들과 함께 직접 잔디, 장미를 심었고 잡초 제거 등 관리도 하고 있어 더욱 애착이 간다.
장맛비가 잠시 주춤하며 모처럼 햇빛이 비치던 지난 15일, 5명의 여학생들이 숲에서 네잎 클로버를 찾기에 여념이 없다.
3학년 이다혜(9)양은 "엄마와 여기서 쑥을 뜯어 쑥국과 쑥떡을 만들어 먹었다"고 자랑한다.
이가영(9)양도 "친구들과 함께 꽃반지를 만들어 끼고 다닌다"고 거든다.
김진주(9)양은 "숲이 생긴 뒤 나비, 메뚜기 등 곤충들도 많이 생겨 너무 좋다"고 했고, 김희진(9)양은 "예전엔 이곳이 테니스장이라 어른들만의 공간이었는데 이제는 우리땅"이라며 좋아한다.
이다슬(9)양은 "엄마랑 같이 와서 이름, 특징 설명 등이 적혀있는 나무 패찰을 보고 공부하기도 한다"며 "풀냄새가 너무 좋다"고 한다.
숲이 들어선 곳은 테니스장이 있던 자리. 이곳을 1천300㎡ 규모의 숲으로 바꾸었다.
테니스장으로 사용될 때보다 주민 이용도가 휠씬 높아졌다.
지금은 주민들과 청소년들의 쉼터가 됐을 정도로 인기다.
손자와 함께 숲에서 산책하던 한 주민은 "지금은 주민 누구나 쉽게 찾아와 쉴 수 있는 쾌적한 휴식 공간이 됐다"며 "숲이 들어선 뒤 공기도 맑아진 것 같고 특히 아침, 저녁으로 학교에 운동하러 오는 주민들도 쉴 곳이 생겼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 최상진 교감은 "아직 나무와 꽃들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숲이 울창하진 않지만 학생들의 좋은 자연 학습장 및 휴식공간으로 사용되고 있고 무엇보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벗어나 숲속에서 공부하고 쉴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한다"며 "예산이 추가 지원되면 수중 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인공폭포와 연못, 분수대 등을 갖춘 제2의 숲을 만들 계획이다"고 했다.
콘크리트 속 학생들. 학교의 콘크리트 담, 콘크리트 교실, 콘크리트 화장실, 콘크리트 세면장…. 온통 회색빛 콘크리트 투성이다.
녹색 자연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녹지는 학생들의 정서 교육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학교 주변 녹지가 줄자 학교 폭력과 왕따현상이 늘었다는 일본 환경청의 연구보고서가 나온 적이 있다.
또 숲이 보이는 병실과 보이지 않는 병실 환자간 회복률에 큰 차이를 보였다거나 도시 녹지 비율과 범죄 발생률은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녹지가 30% 정도 줄면 사람에게 심리·정서적 불안을 일으키게 한다는 보고도 있다.
학교에 녹지공간이 만들어지면 소음 방지, 대기 정화 등 환경 개선의 효과도 있다고 한다.
이에 푸른 학교 가꾸기 사업은 옥상녹화와 함께 도심에 녹지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도심 녹화사업 대안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푸른 학교 가꾸기 사업
시민단체인 생명의 숲의 '학교 숲 위원회'는 지난 1999년 처음으로 '학교 숲 가꾸기'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10개 학교가 숲 가꾸기에 나섰고 지난해까지 전국 69개 초·중·고등학교가 참가했다.
이들 학교에 심어진 나무는 모두 10만여 그루. 12억원이 들었다.
올해는 지금까지의 두배 정도인 127개교가 선정됐다.
예산도 15억원이나 배정됐다.
예산은 삼림청 보조금, 유한킴벌리, 생명의 숲 회원 회비 등으로 마련된다.
학교 담장 대신 방음림을 조성하거나 테마숲, 생태연못을 만들고 운동장에 잔디를 심는 학교도 있다.
대구·경북 지역 경우 지난 2001년 대구 경진초교와 경상고교가 처음 선정되는 등 지난해까지 모두 6개교에서 학교 숲 가꾸기 사업이 진행 중이다.
올해엔 대구지역의 본리초교, 송현초교, 매천초교 등 3개 학교가 추가됐고, 경북에도 포항 중앙여고, 포항세화여고, 포항초교, 청도 남성현초교, 문경공고 등 5곳이 선정돼 대구·경북지역의 학교 숲 대상 학교가 14개교로 늘었다.
이들 학교엔 매년 1천만원씩 5년동안 5천만원 정도가 지원된다.
교육인적자원부도 올해부터 '녹색학교' 사업을 시작했다.
녹색학교도 '학교 숲'과 마찬가지로 학교에 숲, 생태연못, 텃밭 등을 만드는 사업. 연간 2천500만원씩 2년 동안 5천만원이 지원된다.
올해 대구·경북지역엔 대구여고 등 6곳이 선정됐다.
▨과제
그러나 녹색학교의 경우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식목일에 맞춰 녹색학교 사업을 시작하라는 공문을 불과 식목일 15일 전에 각 시·도 교육청에 보내기도 했다.
시·도 교육청 관계자들은 "녹색학교 사업을 급히 시작하긴 했지만 아직 이렇다할 마스터 플랜이 없다"며 "질의에 응답이 없는 경우가 많고 일선 시도 교육청이나 학교 현실 등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시행하라는 경우가 적잖다"고 했다.
또 녹색학교 예산엔 숲 조성 설계비 등이 별도로 책정돼 있지 않아 시민단체 소속 전문가에 자문을 구하거나 설계를 부탁하고 편법으로 예산을 전용하거나 학교 자체 예산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학교 숲 가꾸기와 녹색학교 등 푸른 학교 사업의 이원화도 해결해야 할 문제. 산림청과 교육인적자원부가 같은 사업에 예산을 분산 지원하고 있고, 선정 학교도 중복되기 일쑤. 대구지역 경우 녹색학교로 선정된 본리초교, 송현초교, 매천초교, 달성중, 대구여고 등 5개 학교 중 3곳이 학교 숲 사업 학교와 중복됐다.
사업비도 넉넉하지 않다.
5천만원을 5년간 또는 2년간 나눠 숲을 가꾸다 보면 연속성도 없을 뿐 아니라 나무 구입비로도 부족해 제대로 된 숲 조성이 힘들다는 것.
숲 가꾸기 사업에 교사와 학생 등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과중한 업무와 학교, 과외 수업 등으로 부담스럽기 때문. 숲 조성 학교의 반 이상이 초등학교인 것도 이때문이다.
▨대책
우선 교사와 학생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한편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생과 교사들에게만 부담을 지울 것이 아니라 학부모, 지역 주민 및 단체, 동창회, 전문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 이들이 함께 하는 학교 숲 위원회를 구성해 서로의 부담을 덜고 지역 유대감과 공동체 의식을 높여야 한다.
지역민이 함께 만들면 지역 사회의 상징적 통합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
정부, 기업 등의 보다 적극적인 재정 지원 및 교육 당국의 관심, 제대로된 대책도 필요하다.
모든 학교에서 교내 숲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적인 대책과 함께 제대로된 숲을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 '1회사 1학교 운동'을 전개할 수도 있다.
지방자치단체, 기업, 각종 단체, 개인 등이 학교에 수목 등을 쉽게 지원할 수는 체계를 만들 필요도 있다.
대구 학교 숲 위원회 류장발(대구대 생명환경학부 교수) 위원장은 "대구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담장허물기 사업과 학교 숲 가꾸기 사업을 병행하면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학교 담장을 헐어 주민들을 찾아오게 하고 이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지역민과 함께 하는 학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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