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정치자금 개혁하려면

굿모닝시티 분양 사기 사건이 몰고 온 파장을 태풍에 비한다면 과히 초특급이라 할 만하다.

온 나라를 뒤흔들 만큼 강도도 강하고, 피해 범위도 넓기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가 어느 수준까지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진척에 따라 그 파장도 대단히 크리라 생각된다.

사건 핵심은 굿모닝시티라는 상가를 신축 분양한다면서 4천억원을 거두어 횡령한 것이다

1조원 규모의 사업을 착수할 때 윤창렬이라는 인물의 수중에 든 돈은 7억원이었다.

그것도 자신의 돈이 아니라 사채업자로부터 빌린 것이다.

건물 부지 한 평도 확보하지 않은 채 4천명이나 되는 투자고객을 끌어들였고, 자산규모 2천억원이 넘는 (주)한양을 수중에 넣기도 했다.

참으로 '의지의 한국인'이요, 자수성가형 성공 사례담의 주인공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맨 땅에 쌓아올린 탑이 신기루처럼 한 순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크다.

희대의 사기 사건이 불거지고 피해자들이 길거리에서 울부짖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들의 피맺힌 돈이 정치실세들의 호주머니로 흘러 들어간 사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지금은 비록 집권당의 대표와 집권세력의 핵심 인물 몇몇만이 거론되고 있지만, 확실하게 조사만 한다면 그 범위는 더욱 넓어져 있음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뒷거래와 도움이 없었다면 이 같은 사건은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세들은 반신반의하다가 막상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까 발뺌하기에 급급하다

말 바꾸기, 말 돌리기, 얼버무리기 등 오랫동안 연마해온 솜씨로 빠져나가려 애쓰고 있다.

혼자 당할 수 없다고 물귀신 작전을 구사하기도 하고, 동반자살을 내걸면서 상대에게 겁을 주기도 하며, 제도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참으로 기가 막힌다.

이 땅의 정치를 담당한다는 인물들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니. 하기야 이전에도 그리 크게 기대한 적도 없지만.

이제 선거자금과 정치자금에 대한 법률을 개혁해야 한다고 야단이다.

사건을 막으려면 제도를 개혁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렇지만 제도가 없어서 사건이 터진 것은 아니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투명성이 없는 사회를 만들었다는 데 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실세들은 항상 국민을 속이면서 엄청난 거액의 비자금을 만들어 왔고, 검은 세계 속에 유통시켰다.

유신정권 시절이거나 그를 잇는 군사정권 시절에도 마찬가지였지만, 문민정부니 국민의 정부니 거창하게 이름을 내걸었어도 하나같이 다르지 않았다.

비자금을 만들자니 경제인들을 압박해야 하고, 정경유착 근절은 그저 헛된 구호일 뿐이었다.

특히 근자에는 북한과의 관계 속에 '통치행위'를 위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엄청난 금액이 또 다시 비자금으로 장만되었고, 그 과정에서 본래의 목적과 달리 옆으로 새 나간 흔적도 점차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참여정부'도 출범하였다.

집권세력이 제도를 개혁하겠다니 주문하고 싶다.

개혁을 진실로 원한다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 놓아라. 집권당이나 집권세력이 진정으로 개혁의지를 갖고 있다면, 야당 쪽으로 고개도 돌리지 말고 혼자 해 나가라. 집권당이 먼저 발가벗고 자신의 잘못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국민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라. 그러면 야당인들 그렇게 하지 않고는 배겨날 수 없을 것이다.

혹시 그러다가 집권당만 당하리라 생각하는 짧은 생각도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은 안다.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다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만 한다면 정치인만이 아니라 이런 사태를 만들어내는 데 관련을 가진 공무원이든 언론인이든, 실세라는 세력은 모두 속죄의 대열에 나서게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려니와, 집권세력이 진정으로 개혁을 원하거든 혼자서 나가라. 야당과 함께 개혁하겠다고 무슨 위원회를 만든다느니, 공청회를 연다느니 내세우지 말라. 하더라도 국민이 받아들일 만큼 속죄하고 난 뒤에 추진하라. 그렇지 않으면 그것이 모두 시간 벌기와 말 바꾸기 이외의 어느 것도 아니라는 점을 국민들은 안다.

매우 심각한 점은 이 사건이 빙산의 한 모퉁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실제로는 지금도 비자금이 만들어지고 있고, 거기에 입을 대고 사는 실세가 많으므로 사건은 꼬리를 물고 나타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스스로 개혁세력이라 자처하고 개혁을 운운하려거든, 절절하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라는 말이다.

무엇이 '개혁'인지 두고 볼 일이다.

김희곤(안동대교수 한국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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