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그막에는 나이 든 아내, 충직한 개 그리고 돈이 가장 소중한 친구라는 영국 속담이 있다.
한창 꽃다운 나이에 짝으로 만나 한 생을 궂은 일 좋은 순간, 함께 해온 아내가 무엇보다 소중한 건 너무도 당연한 얘기다.
나이가 들수록 부부밖에 없다지 않던가.
돈도 마찬가지다.
굳이 부자 소리 들을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노후 걱정은 안 할 만큼의 재산이 있어야 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다 늙어서 더 이상 경제 활동을 할 수 없기에 돈은 더욱 절실한 것이다.
한데 개가 있어야 한다는 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적어도 애들이 함께 있어 준 몇 년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개가 왜 황혼의 좋은 친구인가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아들아이와 딸애는 직장 따라 외지에 가 있다.
일찍이 애들 남매와 한집에 같이 있을 땐, 가족이 단촐 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애들이 모두 떠나고 우리 내외만 달랑 남게 되자, 20여 년째 살고 있는 아파트가 전에 없이 넓게 여겨졌다.
애들이 빠져나간 자리가 그만큼 넓었던 것이다.
이즈음 새삼 내 눈길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다.
딸애가 어려서부터 애지중지 키워온 '말티즈'였다.
사실 녀석은 15년쯤 전부터 우리 가족의 일원으로 동거(?)를 해온 터이다.
하지만 그 동안 나는 녀석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딸애의 기분을 헤아려 드러내놓고 싫은 내색을 한 적은 없었지만, 나는 왠지 녀석이 싫었다.
녀석 특유의 냄새도 싫었고, 녀석의 털이 나뒹구는 건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녀석의 재롱을 보는 재미가 여간 아닌 것이다.
아침마다 출근길에 현관까지 따라 나와 콩콩콩 배웅을 하는 녀석. 지쳐 퇴근하면 홀짝홀짝 뛰어오르는 녀석을 보면 황혼의 좋은 벗으로 이만하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밤중에 산책을 나가자고 조를 적에는 성가시고 귀찮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가장 일상적인 말밖에 할 게 없어진 우리 부부 사이에서 녀석은 우리에게 함박웃음을 주기도 하고,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나도 이제 별 수 없이 나이를 먹어가는 모양이다.
영진전문대교수·디지털전기정보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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