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총강도 사건대응 '구멍'

22일 발생한 대구 섬유업체 사장집 권총 강도 사건은 대구 경찰의 초동 수사 체계가 얼마나 부실한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대구에서 공기총을 이용한 강도 사건이 발생한 적은 여럿 있었지만, 권총으로 사람을 쏘고 강도짓을 한 범죄가 발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같은 강력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초동 대응 태세는 엉망이었다.

경찰은 범행 발생 1시간 30여분 후인 이날 오전 11시45분쯤 대구지역 경찰서와 파출소에 '완구용 총기 소지한 강도사건 발생'이란 내용의 1차 수배를 했다.

그러나 피해자에 대한 검진 결과 '총탄에 의한 관통상'이라는 법의학자의 소견이 제출되고 범행 현장에서 금속 탄두 한 점이 발견되자 경찰은 이날 오후 5시가 다 돼서야 '총기 예상 강도 사건 발생'이라는 2차 수배 조치를 내렸다.

결국 경찰은 범행 발생 12시간이 지난 오후 10시가 되어서야 대구 일대에 대한 검문 검색에 들어갔다.

경찰은 총상의 개연성이 뚜렷한 상황에서도 초동 수사에서부터 헛점을 보여 '장님'수사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특히 지난 2000년 3월 1일 대구 동부경찰서 관내에서 경찰이 38구경 권총을 빼앗긴 사건이 미제로 남은 상황에서 권총 강도 사건이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게 됐다.

경찰은 23일 오전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범인 몽타쥬 작성에 나섰으나 용의자가 복면을 하고 범행을 저질러 단서가 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피해자 이모(62)씨와 주변 인물에 대한 수사를 탐문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지난 2000년 동부경찰서 총기탈취 사건과의 연관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은 이씨의 몸에 난 상처 부위와 탄두가 박힌 소파의 구멍 크기를 비교한 결과 장난감 총알인 BB탄에 의한 부상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 사건 당시 이씨 회사의 디자이너 유모(36)씨가 지하실에서 총소리를 들은 반면, 이웃 주민들은 듣지 못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범인이 권총에 소음기를 달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경찰은 사건이 난 가정집 우측 담장과 담장 사이 범인이 쓰다가 버리고 간 것으로 보이는 검은색 모자를 발견했다.

경찰은 건물 뒤쪽 공사장에 이날 비로 인해 인부들이 없었던 점을 감안, 범인이 이곳을 통해 가정집 동편 담장을 넘어 안방 창문으로 침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최병고.전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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