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산유곡에서 유유자적하며 속세와 연을 끊고 사는 삶이 아니라면 한 나라의 정치체제는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많은 것이 정부에 의해 통제되는 공산체제 국가라면 더욱 그렇다.
'린마을 이야기'(황수민 지음, 이산 펴냄)는 중국 동남부 푸젠(福建)성의 조그만 마을인 린(林)의 한 공산당 간부가 들여다 본 한 마을과 개인들의 흥망사이다.
주인공은 린의 공산당 서기인 예원더. 1949년 중국 공산당이 본토를 점령할 당시 6세였던 그는 시골마을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고등학교 졸업자였고, 연애결혼을 했다.
1966년 공산당원이 됐으며 문화대혁명이 끝난 1978년 생산대대 당서기로 임명된 골수 공산당원이다.
지은이는 이 예원더의 일생을 통해 프롤레타리아 혁명, 토지개혁과 지주의 몰락,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을 들여다 보고 그러한 큼직큼직한 사건들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를 나타내고 있다.
인접한 광저우·푸저우 등은 해상무역의 중심지였고 삼모작 등으로 인해 린 마을은 공산당 혁명 이전부터 다소 부유한 곳이었다.
반면 토지가 부족해 소작인이 많았는데 혁명으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혁명은 소작농을 자작농으로 변모시켰지만 자유롭던 거주이전이나 해외이민이 전면 금지되면서 오히려 토지에 속박된 하층민이 되고 만 것이다.
이런 과정중에 예원더는 공산당원에서 마을 당서기로 부임한다.
골수당원이었지만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정치적 중립과 실용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생산대장을 자유선거로 뽑는가 하면 각종 잉여물의 일정 부분은 인센티브제를 도입, 처리했다.
이러한 예원더의 자유경쟁체제와 비슷한 정책은 마을에 부를 가져다 주었고, 공산당이 철저하게 금지한 민간신앙과 풍수를 부활시키는 등 그 마을에 맞는 다양한 정책으로 성공적인 행정가가 됐다.
사실 이 책은 역사서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인류학적인 생애사(Life History)로 한 사람의 생애를 통해 주변 가족, 마을과 마을사람의 변화를 추적하는 보고서이다.
이 때 그 사람의 위치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그만큼 주변의 변화 강도도 심할 수밖에 없으며 이 책은 각종 에피소드와 생생한 표현으로 읽는이를 그 격변의 현장으로 데려간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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