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떤 길 택할까-직업의 세계(VJ.비디오 저널리스트)

기술의 진보는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는다.

새로운 직업 유형을 만들어내고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킨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유망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는 VJ는 6mm 카메라라는 보다 가볍고, 성능이 나아진 방송 장비의 등장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그러나 VJ가 단지 현장을 가장 가까이서 촬영하는 직업으로 봐서는 곤란하다.

기획에서부터 인터뷰 대상 섭외, 촬영은 물론 편집과 대본 쓰기, 음향 작업까지 마쳐 방송국에 작품을 넘기는 '1인 프로덕션'이다.

"유독가스를 마시는 정도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느냐죠".

대구 지하철 사고가 난 지난 2월18일. 장창관(40)씨는 현장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위험을 무릅쓰고 지하로 내려갔다.

그는 대구역 쪽에서 접근, 엄청난 고열 속에서 '잔불이 남아 있는 전동차'를 카메라에 담는데 성공했다.

이후 75일 동안 그는 사고 현장 주변을 떠나지 못했다.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 헤매는 한 아들을 만났던 것. 눈물겨운 하루하루가 그의 카메라에 기록됐다.

사고 현장과 병원, 그 사이를 떠다니는 유족들의 고통이 녹아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26개의 테이프는 1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지역방송에 방영됐다.

우리나라 VJ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단체 활동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데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뉴스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등으로 영역이 넓어졌고 이를 다루는 매체도 방송뿐만 아니라 영화, 인터넷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VJ들 사이에서는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개척하는 경우도 일반화하고 있다.

조류생태 전문 VJ 한문식(55)씨는 촬영에 빠져 중소기업 부장직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한씨는 "새를 촬영할 때는 나 자신조차 잊는다"면서 "나이가 들면서 돈보다는 진정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바치고 싶어 선택한 길"이라고 했다.

그는 철원, 유부도, 천수만, 을숙도, 해평 등 전국 곳곳의 철새 도래지를 돌며 새들을 영상에 담고 있다.

스킨스쿠버숍을 운영하는 도현욱(34)씨는 수중영상촬영 전문 VJ. 그는 지난 1월 합천 소방헬기 추락사고 때 합천호에 가라앉은 헬기 동체를 가장 먼저 발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VJ 활동만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은 드물다.

자영업이나 대학 강의, 영상관련업 등 자신의 일을 갖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 방송사에서 지급하는 작품료가 소액이라 그것만으로는 생활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VJ를 꿈꾸는 사람들, 동호인들은 급속도로 늘고 있다.

대구MBC '6mm 세상 속으로' 담당 이영환PD는 "인터넷 방송과 위성방송 등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되면서 VJ들의 활동 무대가 크게 넓어지고 있다"면서 "대구.경북지역에서 전문 VJ라고 할만한 사람들은 50~60명 정도지만 아마추어 동아리까지 합하면 300~400명은 될 것"이라고 했다.

VJ가 되는 길은 비교적 다양한 편. 대학에서 굳이 영상을 전공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장비와 영상 관련 기술, 멀티미디어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체계적인 교육을 받기 위해 신문방송학과, 사진영상학과, 영상미디어학과 등 대학 진학을 고려하는 게 유리하다.

최근 대학마다 앞다퉈 관련 학과를 신설하거나 보강하고 있어 선택의 폭도 넓다.

지역 단위 VJ 교육은 아직 취약하다.

서울의 경우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방송사 아카데미, 한겨레문화센터 등에서 정기적으로 영상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으며 비상설 교육프로그램도 자주 열린다.

대구에서는 지난해 대구MBC가 개설한 VJ 강좌에 200명 이상이 몰려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대구대는 올 2학기에 3개월 짜리 VJ 교육과정을 열 예정이다.

대구예술대 사진영상학과 이영기교수는 "VJ는 카메라 조작 기술뿐만 아니라 사회 현상을 보고 시대 흐름에 맞는 메시지를 익는 능력, 글쓰기 능력 등도 두루 갖춰야 하므로 VJ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은 우선 다양한 독서와 풍부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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