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노무현과 대구의 희망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의 등장은 적어도 1천만명 이상 유권자의 희망이었다.

학벌없고 배경없는 잘나지 못한 사람도 앞장설 수 있다는 변화의 희망이 이룬 결과였다.

여전히 '우리 노짱'이라고 부르는 지지층의 "더 잘해달라"는 격려와 응원은 당연했다.

"우리만이 할 수 있다"는 폐쇄와 갈등의 정치를 탕평과 화해의 정치로 바꿔 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지금 노 대통령은 그를 지지한 사람이나 당선 후 그에게 눈길을 주기 시작한 사람들의 희망과 기대를 제대로 만족시키고 있는지 의문이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원칙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고 노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던 국민통합 대신 계층간 갈등의 목소리가 압도하고 있다.

물론 이제 겨우 100일의 결과로 노 대통령의 5년 살림을 속단할 수야 없다.

비록 세련되지 못하고 실수 연발이지만 노 대통령의 말과 행보에서 진실의 메시지를 보고 있다는 사람들도 적잖고 노 대통령의 성공이 곧 나라의 성공이라고 믿는 국민들이 대다수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대통령

'노 대통령의 미숙함'에 살길이 다시 열렸다고 여기는 이나 정치권의 변화가 미뤄지게 됐다고 실망하는 의원이건 간에 한나라당 사람들의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근저에는 "대통령이 갈등으로 요약되는 과거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스스로 당선소감에서 밝힌 대로 반대한 사람들의 대통령이 되기 위한 노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정 언론과 다투는 듯한 대통령의 모습은 국민들을 불안하게 할 뿐이다.

대한민국의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이 그와 그의 참모들을 얕보고 공격하는 계층과의 화해와 설득에 나서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노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이나 아직 믿음을 주지 않는 사람들도 성공한 대통령, 희망이 가득한 나라를 위해 대통령의 통합과 탕평의 큰 걸음을 기대한다.

정치권을 포함, 외지 사람들을 만날 때면 당연히 대구의 어려운 사정이 화제가 된다.

서울사람이건 호남사람이건 그들의 말에는 대구·경북을 걱정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그들의 염려에서 박정희 이후 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던 잘나가던 시절의 TK에 대한 비꼬임을 느끼기도 하는 것은 너무 앞서간 자격지심일까.

대구·경북 유권자가 무차별적일 만큼 지지한 한나라당에서조차 TK 는 조금씩 밀리고 있다.

걸핏하면 나오는 "이당이 영남당이냐"는 성토의 근저에는 대구·경북에 대한 경계가 느껴지고 얼마전 각종 경선에 나선 지역 후보들은 죄다 탈락했다.

대통령이 전국투어를 할 때면 가장 먼저 찾아 달래는 곳이 대구·경북이고 김대중 정부에서 비서실장과 여당 대표를 맡았던 김중권 전 의원이나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TK에서는 물론 소속 정당에서도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나와 같지 않아도 이해하는 모습

대구·경북의 위축은 결국 자업자득이라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말일까. 대구의 최대 과제로 떠오른 지하철 문제만 해도 대구·경북 사람들의 행보를 잘 보여준다.

대구 출신 현 정부 어느 장관은 대구를 살리기 위해선 지하철 문제의 해결이 꼭 필요하다는 지적에 "언제 대구 사람들이 지하철 공사화를 요구했느냐"고 반문한다.

1년 내내 시위가 끊이지 않는 여의도 국회앞에서 대구 지하철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대구 사람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김대중으로 대표되는 반대층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이해하지 않는 만큼 자신들의 문제도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이제는 권력과 정치의 전면에서 사라졌지만 대구·경북이 먼저 김대중과 화해하자. 김대중과의 화해의 의미는 바로 대구·경북의 유연한 선택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나와 같지 않더라도 이해는 할 수 있는 대구·경북의 모습에서 우리의 아들 딸들에게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서영관〈정치2부장〉seo12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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