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다른 수업시간에 바쁘게 쫓기는 아이들에게 음악 시간만이라도 편안함과 즐거움을 주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다 보면 음악 수업은 늘 새롭고 자극적이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겨 음악 교육의 진정한 본질에서 벗어나기 쉽다.
학생들에게 '악보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은 마치 구구단을 외운다든지, 한글을 읽을 수 있는 능력과 마찬가지로 음악을 느끼고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지만 현실에서는 지도가 쉽지 않다.
음악 이론은 무조건 어렵다고만 생각하는 학생들의 선입견 때문이다.
게다가 중요(?) 과목이라고 불리는 몇몇 과목에만 집중되는 현상으로 인해 음악 교과의 정체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 이런 학생들이 막상 교내합창경연대회를 앞두게 되면 평상시의 모습과는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조금이라도 자기 반의 합창을 잘 하려는 마음에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서툰 음이나마 서로 화음을 맞추고 손동작도 스스로 만들면서 경쟁적으로 연습에 몰두한다.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대견스럽고 흐뭇한 마음에 교사인 나까지 덩달아 이 교실 저 교실을 뛰어다니며 연습을 도와주기에 바쁘다.
수업 시수가 적어 합창경연대회를 치르는 데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지만 학생들의 오랜 준비와 땀으로 이루어지는 합창경연대회는 음악 교육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의 협동과 조화를 통해 화음을 이루는, 다시 말해서 '더불어 삶'의 자세까지도 경험할 수 있는 인성교육의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다.
오늘도 새로 산 음반을 들고 음악실로 향한다.
늘 새로움에 목말라하는 아이들의 마른 목을 축이기 위해 이 곳 저 곳, 몇날 며칠을 헤매며 준비한 음악을 들려준다.
"오늘은 플라멩코 스타일의 곡이야. 스페인이라는 나라 알지?"
음악을 들으며 새로움과 감동으로 반짝거리는 학생들의 눈빛을 보면서 새삼 흐뭇함에 젖는다.
빠르게 변해가는 아이들의 취향을 맞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다양한 많은 음악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음악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가도록 안내해 주는 것이 나의 역할임을 가슴 깊이 새기며 오늘도 바쁘게 음악실로 향한다.
백은주(대구음악교과모임·범물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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