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필리핀 군부 쿠데타 기도 실패

아로요 대통령 퇴진요구, 일부 군인들

27일 새벽 마닐라 시내 쇼핑센터를 점거,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정부군과 대치중이던 군 쿠데타 기도세력이 이날 밤 반란을 끝내고 병영으

로 돌아가기로 합의했다고 아로요 대통령이 발표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궁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마카티(쇼핑센터)의

위기는 끝났다"면서 "장교 70명을 포함한 군인 296명이 (쇼핑센터에서) 물러나 병영

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표는 쿠데타 세력과 정부 고위관계자들 사이

에 여러 시간에 걸친 협상끝에 나왔다.

아로요 대통령은 "군율"에 따라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히

고 "그들은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지 않았고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이번 쿠데타 음모와 관련된 민간인도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덧

붙였다. 대통령의 발표가 있은 뒤 쿠데타 세력이 점거했던 마카티 쇼핑센터에서는

붉은완장을 두루고 복면한 중무장 군인들이 나와 건물 주변에 설치된 부비트랩 등 폭

발물을 제거하기 시작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필리핀의 소장파 군인 200여명이 27일 새벽 마닐라 시내 중심가의 쇼핑센터를 점거

한 채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었다.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은 이날 TV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쿠데타 세력들에 대해

오후 5시(한국시간 오후 6시)까지 자진 해산을 위한 최후 통첩을 발령했으나 시한 3

시간여를 앞두고 '반란 사태'를 선포한 뒤 군경에 대해 진압을 명령했었다.

나르시소 아바야 군참모총장은 말라카냥궁에서 성명을 내고 "우리 군부는 변함

없이 군 최고 통수권자이며 합헌적이고 민주적인 아로요 대통령에게 충성을 바칠 것

"이라고 맹세했다.

필리핀은 지금까지 대규모 민중봉기로 정권이 교체된 적은 있지만 일부 군인들

이 민간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며 무력 도발을 일으킨 것은 지난 89년 이후 14년 만

에 처음이다.

필리핀 정부는 반란군측의 결사항전 의지 표명 후 최후통첩 시한을 오후 7시(현

지 시간)까지 두 시간 연장했으나 반란군측의 강경 입장 고수로 정부군과의 대치 상

태가 지속되고 있다.

한편 아로요 대통령은 제1차 최후통첩 시한을 3시간 여 앞둔 이날 오후 "필리핀

은 반란사태에 직면했다고 선포한 뒤 군경에 반란군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내렸었다.

◆사태 전개

필리핀 군정보당국은 26일 오전 2001년 민중봉기로 쫓겨난 조셉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육군과 해군의 소장파 엘리트 장교 20명이 무장한 채 근무지를

이탈한 사실을 적발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긴급 각료회의를 소집하고 이들을 쿠데타 기도 세력

으로 규정하는 한편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일부 젊은 군인들의 쿠데타 음모가 드러났

다면서 검거령을 발동했다.

그러나 이들은 수시간만인 27일 새벽 3시께(한국시간 새벽4시) 마닐라의 금융중

심가에 있는 쇼핑센터에 이미 진입했었다.

이들이 진입한 글로리에타 주상복합건물은 마닐라 최대의 쇼핑몰중 하나인 아얄

라 쇼핑센터와 사무실, 아파트 등이 입주하고 있는 곳으로 각국 외교관이나 기업인

들이 입주하고 있는 곳이다.

반란군은 '오크우드 타워'에 머물고 있던 루스 피어스 필리핀 주재 호주 대사를

비롯한 외국인들도 한때 억류했으나 이날 오전 300여명의 다른 민간인들과 함께 모

두 석방했다.

필리핀 정부가 쿠데타 기도 세력으로 지목한 이들 소장파 장교들은 글로리에타

주상복합건물에 진입한 직후 출입문 등 곳곳에 부비트랩과 폭발물을 설치하고 군경

과 대치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아로요 정부가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 등 이슬람 반군에

게 무기를 밀매하고 있으며 아로요 대통령이 권력유지를 위해 내달 계엄령 선포를

준비하고 있다며 퇴진을 요구했다.

반란군의 일원인 앤터니오 트릴레인즈 해군 대위는 쇼핑센터 밖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악한이 아니다"면서 "권력을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들의 불만을 표출하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건물 주변에 설치한 폭발물과 관련, "우리들을 방어하기 위해 폭발물을

설치했다"면서 "정부군이 진압을 시도할 경우 폭발물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붉은 완장을 두른 전투복 차림의 반란군들은 자신들에게 동조하는 군인들이 2천

명을 넘는다고 주장했으며 자신들을 과거 스페인 식민지시절 혁명가 이름과 비슷한

'마그달로 그룹'으로 불렀다.

◆사건 배경

필리핀의 군부 소식통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 "조셉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 판

필로 락슨과 그레고리오 호나산 상원의원, 후안 론스 엘릴레 전 상원의원이 배후에

있다"고 말했다.

정부군의 로돌포 가르시아 중장은 "우리는 아직 그같은 주장을 믿고 싶지 않지

만 이번 쿠데타 기도세력이 에스트라다 그룹과 연계돼 있음을 증명하는 정보들이 있

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그레고리오 호나산 상원의원이 소장파 군인들의 쿠데타 기도

와 연관돼 있다면서 필리핀 정부가 현재 이에 대응하는 법률적 준비를 벌이고 있다

고 전했다.

이에 대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을 역임한 엘릴

레 전 상원의원은 "이번 사태에 내가 연루되어 있다면 1개 대대원으로 우리 집을 포

위하라"면서 정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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