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아동 성훈(10·가명)이를 바라보는 위탁모 김태덕(53·대구시 남구 대명동)씨의 얼굴에는 요즘 흐뭇한 웃음이 자주 핀다.
성훈이와 각별한 인연도 인연이지만 붙임성이 좋고 말을 잘해 주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기 때문이다.
맡아 기른 햇수만 벌써 7년째 접어들었다는 김씨는 "이젠 정말 한식구나 다름없어요. 이미 자녀가 다 성장한 요즘 우리부부에게 친자식을 키울때도 이렇게 예뻐했나 싶을 정도입니다". 김씨는 이웃들이 한결같이 많이 도와줘 성훈이 기르기가 한결 수월하다고 덧붙였다.
성훈이는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난 아이. 성훈이의 친모가 김씨의 집에서 생활했으며, 이때 자연스럽게 성훈이를 돌보게 된 게 인연이 되었다.
태어나서 5살까지 김씨가 돌보다가 보호시설에 맡겨졌으나 성훈이가 김씨의 집으로 돌아오기를 희망하여 9살때인 지난 2002년 다시 맡게 된 것이다.
또다른 위탁모 최모(50·대구시 남구 봉덕동)씨는 큰 딸의 권유로 한가족처럼 받아들인 사례. 큰 딸이 보호시설에 자원봉사를 다니다 정이 들어 일주일만 데리고 있겠다는 것을 허락했다가 집안의 막내로 들어온 셈이다.
요즘은 아버지도 일하다가 아이가 아프면 집에 와서 병원에 손수 데리고 다닐 정도로 정이 흠뻑 들었다고. 아이가 가정에 적응하면서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밝은 어린이로 자라고 있어 온가족이 한숨 놓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열린 대구시가정위탁지원센터의 위탁부모 교육 및 간담회. 위탁아동을 키우는 부모들과 예비 위탁부모들이 한자리에 모여 같이 경험하고 고민하는 문제를 어렵게 끄집어 냈다.
한 위탁모는 가족의 동의를 얻어 아이를 기르지만 교육과 건강 등 신경쓰이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털어 놓았다.
특히 아이가 자라면서 병치레를 자주하거나 학교 이외의 사교육을 받을 여건이 쉽지 않을 때 힘이 든다고. 현행 제도하에서 생활보호수급권자로 지정받지 못하면 유치원의 보육료, 의료비 혜택을 받지 못한다.
아울러 대학생 자원봉사자의 가정방문 학습지도도 주문했다.
또다른 부모는 이런 저런 걱정들로 아이를 위탁결정하기까지가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정이 들어 이젠 친자식보다 더 보듬어 키운다고 말했다.
아이를 다시 돌려보내야 하는 날이 오겠지만 이 아이를 통해 얻는 즐거움과 보람은 힘들고 어려운 시간보다 몇배 이상 클 것이라고 웃음지었다.
또 아동을 위탁했을 때 문제가 생기면 위탁부모들간에 서로 연락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제안했다.
현재 대구시의 가정위탁현황은 53가구에 64명. 그중 일반가정 위탁은 9가구 14명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44가구 50명은 친·인척이나 대리양육으로 분류된다.
그밖에 타지역 가정위탁 3명, 일반가정 위탁 예정 3명, 원래가정 복귀 4명, 위탁의뢰를 했으나 가정에 정착하도록 유도한 아동 6명 등이다.
대구시가정지원센터 강다선 소장은 "가정생활을 경험한 아이가 양육시설에 맡겨지면 단체생활에서 오는 갈등과 불협화음을 견디기 힘들어하고 낯이 익지 않아 안정된 생활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아동보호시설 등에 보낼 형편이 안되는 1, 2년 정도 위탁이 필요한 아이는 위탁부모를 선정, 부모와 같은 사랑을 받으며 자라다 원래 가정으로 복귀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가정위탁제도에 대한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있어야 제도가 조기에 정착·활성화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가정위탁보호제도란=친부모가 아이를 돌볼 수 없을 때 보호를 희망하는 적절한 가정을 선정해 일정 기간 대리 양육하도록 하는 제도다.
신청조건은 결혼해 자녀를 양육해 본 사람으로서 친자녀 포함 아이가 4인을 넘지 않고, 가족전원의 동의가 있으며 아동을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
범죄, 약물, 아동학대, 약물중독 등의 전력도 없어야 한다.
정부에서 시행하는 요보호아동의 지원방법으로는 시설보호와 소년소녀가장제도가 큰 축을 이룬다.
하지만 시설보호는 장기간 단체생활을 하는 데서 오는 아이의 정서적 불균형 성장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소년소녀가장제도는 보호받아야할 대상인 아이에게 가장의 책임을 지운다는 것이 지적을 받고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소년소녀가장제도를 가정위탁보호제도로 전환하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는 대구시 가정위탁지원센터와 경북도 가정위탁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센터는 위탁가정 관리, 교육, 홍보, 자원봉사자·후원자 연결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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