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개××'論

그저께는 중복(中伏).

그래서 이번 주 칼럼 주제는 개(犬)이야기를 꺼내봤다.

한 여름 휴가철에 가벼운 개 이야기로 복더위나 식히자는 뜻이 그 첫째 이유고 두번째는 며칠전 노무현 대통령이 공무원 의식개혁 얘기를 하면서 '개××'란 비어까지 들먹인 마당이라 이 기회에 개론(犬論)을 새롭게 논해보자는 뜻에서다.

우리가 일상 쓰는 말버릇 속에 '개'자(字)가 들어가는 말들을 보면 대체로 무엇을 비하하거나 욕이 되는 말이 많다.

'개판' '개떡' '개꿈' '개대가리' 그리고 '개××'….

그러나 말들은 그러면서도 요즘 잘나가는 애견들의 '개팔자'를 보면 거꾸로 사람팔자를 우습게 여길 만큼 뒤집어진 세상이 돼간다.

300만명이 넘어섰다는 애견가 인구에다 국내 애견시장의 이런저런 매출규모가 1조7천억원쯤 되면 이미 '개××' 소리 들으며 보신탕집에나 끌려다니던 시절의 개 신세가 아닌 셈이다.

미래직업 전망을 진단한다는 한국산업중앙정보고용원이 발간한 '한국의 직업전망'에서도 대표적인 직업 218종 가운데 향후 5년간 가장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으로 '애완견 미용사'를 꼽고 있다.

하기야 방콕에는 개 안마소까지 등장해 전문안마사가 강아지의 허리어깨를 주물러드리고(?) 머드팩.화장까지 해준다.

페루 같은데선 개 패션쇼가 열린 지 오래고 강아지가 길잃을까봐 첨단위성추적장치까지 달고다니는 '개세상'이니 그야말로 개팔자가 상팔자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의 언어 생활속에는 여전히 '개××'란 용어가 공무원 의식개혁 훈시용 언어로 응용될 만큼 부정적인 고정관념으로 잔재돼 있다.

노 대통령의 그 발언은 일부 공직사회의 무사안일, 복지부동 의식을 개혁해보자는 의지를 강조한 것에 말의 본뜻이 담긴 만큼 꼭 적합한 비유는 아니었다 해도 공직자를 싸잡아 비하했다거나 욕지거리로 오해할건 없다고 본다.

사실 우리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비리나 부조리들을 짚어보면 노 대통령이 꼬집은 '개××'란 비유가 딱 어울리는 부류들이 한둘이 아니다.

대통령은 일부 공무원만 지목해 '×××' 소리를 듣는다고 비유했지만 국민들이 보기엔 '×××' 소리를 들을만한 부류는 정치판 주변 등에 부지기수 넘쳐난다는 느낌이다.

개 이름이 들어가는 속담들의 풍자에다 꿰맞춰 비유해 보면 그런 심증은 더욱 실감난다.

속담 사전을 찾아보면 개와 관련된 속담은 무려 약1천가지. 소.말.돼지.호랑이.사자…순으로 이어지는 각종 동물속담중 가장 종류가 많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판'을 1천가지 개 속담중 몇가지만 골라내 갖다붙여도 대충 들어맞는 비유가 많다

'쌀 먹은 개는 달아나고 겨 먹은 개만 얻어 맞는다'는 개 속담에서 무엇이 떠오르는가. 최근 굿모닝시티 돈 받아먹고 검찰 압박받고 있는 여당 대표가 무슨 생수 동업자와의 형평성을 따지고 있다는 상황과 꽤나 닮았다.

386세대간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견제와 비판도 같은 맥락이다.

'만만한 놈은 제 개도 못 잡아 먹는다'는 속담처럼 기업들이 제돈으로 제장사도 맘대로 못하고 '개 구멍에 망건치듯' 소견없는 허튼 규제 같은데 걸려 국내투자에 위축, 해외로 빠져 나가는 상황은 또 어떤가. 그럴때 기업가들은 민원서류 들고 오르락 내리락 하다 지쳐 '개××'한다는 민원인처럼 정부쪽 보고 '무슨××'라고 할까.

'할일 없으면 누운 개 밟으랬다'는 속담도 쓸데없이 이빨가진 언론을 굳이 건드려서 성가신 시비거리 만들어내 시달리는 노 정권의 대언론 소모자세를 풍자하는 듯 하다.

언론.노동계.핵폐기장.새만금 등 잇단 분쟁과 마찰 대결에 '사나운 개도 잘 사귀면 안짖는다'는 속담의 숨은 뜻을 응용할 줄 아는 포용력 있는 국정능력이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이래저래 개의 행동이나 버릇.성품들을 엮어 풍자한 1천가지 개 속담을 두루 보다보면, 결코 개라는 이름이 비하된 욕설에나 인용되는 용렬하고 천박한 짐승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제 더 이상 '개××'라는 비어(卑語)는 '강아지가 남편보다 낫다'는 신속담(?)이 생겨나는 애견 상팔자 시대에 걸맞지 않는 언어다.

정치개혁처럼 언어문화도 바꾸어나가 보자. 오늘 주제가 어차피 휴가철 더위 식히자는 가벼운 이야기였으니까 주부 독자분들을 위해 '강아지가 남편보다 나은 네가지 이유'라는 신속담(잘 알려진 개그지만)을 전달해 드리는 것으로 '개××론(論)'을 마무리한다.

'강아지는 신경질 날때 발로 찰 수 있다.

둘째 이유, 친구랑 외박을 하고 놀고와도 꼬리치며 반겨준다.

셋째, 키우다가 싫증나서 버릴때 위자료나 변호사가 필요없다.

넷째, 기분 내키면 두세마리 같이 키워도 관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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