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가구엔 시골길을 가다보면 저멀리서 피어오르는 연기냄새와 같은 고향의 향기가 배어 있습니다".
1991년 목공예 가구부문 명장에 선정된 김재욱(64)씨는 요즘도 그냥 내버려두면 땔감으로나 쓰일 춘양목에 생명을 불어넣어 황토빛 문양이 선명하고 솔향이 은은한 찻장으로 빚어내는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춘양목은 죽은 지 30년이 지나야 본래의 빛깔과 향을 낸다고 말하는 김씨는 숨쉬는 전통가구를 만들려면 혼을 불어넣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선 우선 제작자 자신이 올곧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자세를 지녀야 주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김씨는 6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단소를 배우고 예절학교에 다니며 몸가짐과 마음을 단련하고 있다.
또한 박물관학교에서 우리문화에 대한 연구도 하고 있는데, 전통을 바로 알고 이를 작품에 반영하기 위한 공부이다.
김씨의 이러한 소박한 자세는 어릴 때부터 몸에 뱄다.
경북 안동 일직에서 태어난 김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서당에 다니게 된다.
2년 뒤 장학생으로 다시 중학교에 진학, 3년과정을 마치고 19세때 친구 아버지 가구점에 들어가게 된다.
남들보다 늦게 일을 시작한 만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머리와 손으로 일했다고 한다.
열심히 일한 결과 6개월후 3년간 일한 다른 사람과 월급을 같이 받게 된다.
또 당시는 조혼 풍습이 있어서 주위 아는 사람들이 혼수용 가구를 많이 사간 편이라고 한다
김씨의 이러한 성실한 자세는 69년 대백가구에 입사한 뒤에도 계속된다.
호텔, 병원, 사무실용 등 각종 가구를 설계, 제작하던 김씨는 기능인에 만족하지 않고 79년 공예품 경진대회를 비롯, 산업디자인전, 경상북도 미술대전 등 각종 대회에 출품하여 업계 1호 추천작가가 된다.
40대 초반부터 작품활동을 시작, 아직도 산업디자인 회원전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전통제상뿐만 아니라 개인소장자로부터 찻장에 대한 주문도 자주 들어온다는 김씨는 "우리야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요새 사람들은 가구공예를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도토리 나뭇잎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까지 여유있게 들리는 팔공산 산자락(동명면 기성리)의 목공방에서 김씨는 오늘도 춘양목향 머금은 찻장들을 깎아내고 있다.
민병곤기자 min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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