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기-"10년내 통일돼야"중학생 절반 못미쳐

지금 한반도에는 전쟁을 겪은 세대와 전후 2, 3세대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전쟁의 참혹함에 대한 느낌도, 통일에의 염원도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세대간 간극을 줄이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교육이다.

분단 현실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게 하는 체험 교육은 더욱 의미 있는 것이다.

기행 동안 학생들은 전쟁 3세대답게 진지함보다 재미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다.

잠시만 한눈을 팔면 흐트러지는 행렬, 끊이지 않는 잡담과 웃음 소리, 그래도 중간중간 보여지는 엄숙함이나 심각함은 통일교육, 평화교육의 필요성을 대변하고 있었다.

주최하는 대구와 광주 흥사단 관계자들은 자칫 안보교육으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했다.

대구 흥사단 우지현 간사는 "군 측의 가이드도 물리치고, 곳곳에서 상영하는 홍보영화는 안보 성격이 짙어 가급적 피했는데 땅굴 견학 때 학생들의 위기감이 커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학생들에게 가장 짜릿한 체험은 제2땅굴 견학이었다.

무장병력 3만명이 땅굴을 통해 1시간 안에 남한으로 침투할 수 있다는 사실에 혀를 내둘렀다.

곽상균(대구심인중3년)군은 "북한군이 곡괭이나 삽 같은 장비를 사용해 이런 규모의 땅굴을 팠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남침 계획을 얼마나 치밀하게 했는지 놀라웠다"고 했다.

현장에서 한 통일의식조사 결과는 청소년들의 통일에 대한 혼란스런 인식과 우리 교육의 문제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참가한 76명 가운데 10년 이내에 통일이 돼야 한다고 답한 학생은 35명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20명의 학생들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20~30년 후에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통일하자고 답했다.

나머지 21명은 모르겠다거나 "통일 되면 북한 사람들까지 먹여살려야 하는데 우리 먹고 살기도 바쁘지 않느냐"고 한 학생도 있었다.

언론을 통해 파편적으로 던져지는 뉴스들, 그나마 시민사회단체를 통해 근근히 진행되는 통일·평화교육 속에 제 구실을 못 하는 학교 교육의 빈 자리가 유난히 크게 다가왔다.

권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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