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한 소금장수가 당나귀에 소금을 싣고 소금을 팔러 다녔어. 하루는 당나귀를 몰고 산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어서, 불빛이 빤하게 보이는 외딴집을 찾아갔지. 가 보니 머리가 허연 노인이 사는 집인데, 이 노인이 아무래도 수상해. 입을 벌리면 입 속이 뻘겋고, 말을 하면 천둥이 치는 것 같고, 웃으면 눈꼬리가 쑥 올라가는 거야. 이상해서 가만히 봤더니 바짓가랑이 사이로 얼룩얼룩한 꼬리가 삐죽 나와 있거든.
'아이쿠, 내가 호랑이 굴에 들어왔구나'.
옛날에는 호랑이가 사람으로 둔갑을 해 가지고 산길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사람을 잡아먹고 그랬대. 소금장수가 속으로는 겁이 났지만 겉으로는 시치미를 뚝 떼고 당나귀 목에 걸린 방울을 떼 가지고 방안으로 들어갔어. 그 바람에 방울이 딸랑딸랑하니까, 호랑이가 이상해서 묻는 거야.
"그 소리나는 것은 뭐요?"
소금장수가 옳다구나 하고 얼른 꾀를 냈지.
"아, 이거요? 이것은 딸랑새라고 하는 건데, 호랑이 고기만 먹고 살죠. 호랑이가 날 잡아먹으려고만 하면 이놈이 나와서 호랑이 창자를 뽑아 먹는다오".
호랑이가 들어 보니 겁나거든. 오늘밤에 자칫하다간 딸랑새한테 죽게 생겼으니 말이야. 그나저나 호랑이는 호랑이대로 소금장수 잠들기만 기다리고, 소금장수는 소금장수대로 호랑이 잠들기를 기다리고, 이러다가 호랑이가 먼저 깜빡 잠이 들었어. 소금장수가 이 때다 하고 얼른 방울을 호랑이 허리에 묶었지. 그래 놓고 호랑이를 흔들어 깨웠어.
"큰일났어요. 딸랑새가 나왔어요".
호랑이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보니 제 허리께에서 딸랑딸랑하는 소리가 나거든.
'이크, 딸랑새가 나한테 붙었구나'.
호랑이가 기겁을 하고 그만 내빼기 시작했어. 딸랑새가 허리에 붙어서 창자를 뽑아 먹으려고 하는데 안 내빼고 어쩔 거야?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마구 도망갔지. 그런데 아무리 달려도 이놈의 딸랑새는 떨어질 줄 모르네. 빨리 달리면 달릴수록 더 요란하게 딸랑딸랑 소리를 내니 어떻게 해? 딸랑새 떨어지라고 허리를 잽싸게 흔들어가면서 더 빨리 달렸지.
밤새도록 달리다가 새벽녘이 돼서야 방울이 가시덤불에 걸려 떨어졌어. 그러니까 이제 소리가 안 나지.
'휴, 이제 살았다.
참 끈질긴 딸랑새로구나'.
호랑이가 한숨 돌리는데, 마침 이 때 토끼가 지나다가 호랑이 꼴을 봤어.
"호랑이 아저씨, 왜 그러세요?"
"말도 마라. 딸랑새란 놈이 허리에 붙어서 내 창자를 뽑아 먹으려고 하는 통에 밤새 도망 다니느라 이 꼴이 됐다".
"세상에 딸랑새가 어디 있다고 그래요? 어디 나하고 같이 한번 가 봐요".
호랑이가 토끼한테 이끌려 오던 길을 되짚어 갔어. 가시덤불을 지나다 보니, 아까 떨어뜨렸던 방울이 발길에 채여 딸랑딸랑하거든. 그 소리를 듣고 호랑이가 그만 기겁을 해서 걸음아 날 살려라고 또 내빼기 시작했어. 그 바람에 토끼도 덩달아 달리다가, 그만 나무등걸에 걸려 넘어져서 기절을 해버렸어.
호랑이가 그걸 보고,
"아이고 불쌍한 토끼, 기어이 딸랑새한테 당했구나"하고, 아주 잔뜩 겁이 나서 더 멀리멀리 도망가더라는 이야기야.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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