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넘어 아낙의 너울을 벗고(최은희 지음/문이제 펴냄)
구한말 일제시대의 암울한 시절, 여성 선각자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여성을 넘어 아낙의 너울을 벗고(문이제 펴냄)'의 첫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나라는 망하고 주인을 잃은 강토, 이 땅을 다스리던 남정네들이 혀를 깨물고 비통에 잠겨 있을때…. 떨치고 일어나 멍에를 벗긴 여인들이 있었다".
개화기 여성들의 활약상을 다룬 책은 수없이 많지만, 자료를 통해서가 아니라 저자 자신이 직접 듣고 본 것을 적은 책은 거의 없다.
한국 최초의 여기자 최은희(1904∼1984)가 기자, 여성운동가 등을 거치면서 체험적으로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어, 가슴에 더욱 절실하게 와닿는 것 같다.
풍운의 여인 명성황후부터 일제 막바지의 항일시인 조애실까지 33명의 여성 선각자들이 등장, '기득권자'인 남성들보다 더한 신념과 용기로 조국과 사회에 몸을 내던진 파란만장한 삶을 보여준다.
그중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숨어서 자신의 의기를 떨친 여성들이 적지 않았다.
창덕궁에서 잡일을 맡은 무수리였지만 개화사상에 심취, 갑신정변에 가담한 고대수(顧大嫂·별명), 1899년 덕수궁앞에서 축첩반대 플래카드를 세워놓고 상소 데모를 벌인 첫 여성단체 여우회(女友會)의 회장 정형숙, 대부분 정실부인이 아닌 소실이었음에도 일제의 을사보호조약을 규탄했던 8명의 여장부 '팔의부(八義婦)', 3·1운동에 적극 앞장섰던 전주 기생과 백정 아낙네들….
항일에 불굴의 의지를 보여준 여성 운동가들의 일화도 흥미롭다.
조신성(1867∼1952)은 여성에게 치욕적인 고문을 받으면서도 '내 몸은 가둘수 있어도 내 정신은 가둘 수 없다'고 외쳤으며, 평생 전도사업에 전념했던 어윤희(1878∼1961)는 '발가벗길 때는 피눈물 나더니 콩밥 받으니 웃음나더라'는 의기를 보여줬다.
또 소녀과부 안경신(1894∼?)은 폭탄을 안고 압록강을 넘나들며 일제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최초의 여자 폭탄범'이었고, 이범석 장군의 부인이었던 김마리아(1901∼1970)는 만주에서 말타고 권총을 쏘던 항일독립군의 선봉이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