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정치인들은 통일 직후 동·서독민들의 정서적인 격차를 가볍게 생각한 측면이 있습니다.
분단시절 비교적 왕래도 잦았고, 상대방 방송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에 베를린 장벽만 무너지면 쉽사리 융화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장벽이 무너진 뒤 동·서독민은 마치 물과 기름 같았습니다.
지금도 홍역을 치르고 있는 셈이죠".
베를린자유대 동아시아연구소 베르너 페니히 박사는 10년 정도만 지나면 해결되리라 생각했던 갈등시기가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다고 진단한 뒤 최소한 한 두세대는 흘러야 동서독민의 정체성과 갈등이 다소 희석될 것으로 내다봤다.
동독내 정치 엘리트의 부재도 갈등 원인으로 꼽았다.
"분단 당시 구 동독내 엘리트들, 예를 들면 반나치 투사나 시민운동가들이 공산체제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거 서독으로 탈출했습니다.
공산체제아래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엘리트들이 성장하지 못했고, 결국 통일 이후 동독을 주도하며 통일을 받아들일 인물이 없었던 것입니다".
통일 직후 동독인들은 "돈 때문에 자존심이 짓밟혔다"고 분개했다.
서독인들은 거만하며 동유럽 공산권의 종주국민이던 동독인을 부당하게 대접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페니히 박사는 이같은 감정의 골이 심각한 지역갈등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어느 누구도 베를린 장벽을 다시 쌓는데는 반대하기 때문이라는 것.
"민족적 자의식이 강한 다른 동유럽 국가와 동독은 전혀 상황이 다릅니다.
특히 공산당 붕괴이후 동독주민의 이익을 대변할 정치적 대안세력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아울러 지역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만한 역량도 현재로선 없습니다"
동독 주민들은 똑같은 일을 하고도 서독 근로자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데 불만이고, 서독출신 기업주들은 동독인의 업무효율이 떨어진다고 불평한다.
이같은 임금격차도 갈등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최근 세계 최대규모의 독일 금속노조가 임금차이를 없애라고 요구해 갈등 소지는 차츰 줄어들 전망이다.
금속노조측은 동독에 진출한 기업들이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고도 임금을 적게 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실업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넘쳐나는 에너지를 주체못하는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애꿎은 지역감정까지 들먹이는 실정입니다.
현 정부의 경제해결 능력이 지역감정 해소와도 직결되는 셈입니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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