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정치권 '정대철 혼란'

1일 고위당직자회의를 주재한 정대철 민주당 대표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속내는 알 수 없지만 겉모습은 도무지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돼 정치적, 인생사적 위기에 몰린 사람같지 않았다.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상황이지만 야당마저 굳이 이를 처리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고, 검찰도 체포동의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불구속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정 대표는 한결 느긋할 수도 있다.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게다가 의원들은 동료 의원의 구속만은 기를 쓰고 막아주려는 철저한 동업자 의식을 갖고 있다.

여론 비난을 무릅쓰고 8월 방탄국회를 연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정치권과 검찰 안팎에서는 정 대표의 정치 생명은 이번 굿모닝게이트로 끝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그를 공격하는 세력은 어디에도 없다.

민주당 신.구주류는 세확보 차원에서 그를 감싸기 바쁘고 신당 논란이 길게 끌면 끌수록 유리한 한나라당도 애써 웃음을 감추고 있다.

이 와중에 혼란을 겪는 것은 국민 뿐인 듯하다.

정 대표의 홈페이지를 보면 피의자가 무슨 말이 그렇게 많고 뻔뻔스러우냐는 원색적 비난과 돈 안받는 정치인이 어디 있느냐고 감싸는 동정여론으로 갈려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처리하지 않아 정 대표가 불구속 기소된다면 1심이 끝나는 몇 개월 동안 이 같은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1천만원받은 공무원은 구속되고 4억2천만원 받았다는 정치인은 불구속 재판을 받는 상황에 국민들의 정치 불신만 키우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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