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95만이 132만원으로 '인건비 충격'

외국인 고용허가제 법안이 지난 31일 국회를 통과, 내년 8월부터 실시키로 결정되자 대구·경북 중소기업 및 경제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역 경제계는 외국인 고용허가제 실시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노동3권이 보장될 경우 지역 중소기업들은 노사관계 불안 및 인건비 부담 증가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대구경북지회에 따르면 대구·경북 외국인 산업연수생 고용업체 및 연수생 숫자는 1천500여개 업체에 8천800여명으로 전국에서 약 20% 정도를 차지, 다른 시·도보다 외국인 근로자 의존율이 월등히 높아 고용허가제 도입시 기업경영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지역의 주력 산업인 섬유, 자동차부품업 등에 종사하고 있어 인건비 상승에 따른 지역 산업의 대내·외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것. 산업연수생 또는 관광 명목으로 한국에 왔다 불법체류자가 된 외국인 불법체류자도 대구·경북에서만 1만5천~2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어 이들을 제도권으로 받아들일 경우 인건비 상승에 따른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란 얘기다.

외국인 고용허가제 실시로 경제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임금상승. 대구상공회의소는 최근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 퇴직금, 연월차 수당, 보너스, 복리 후생비 등 지역 중소기업들의 직·간접 인건비 부담만 최소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월평균 95만원인 외국인근로자의 임금이 132만원으로 급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임경호 대구상의 기획조사부장은 "지역 경제가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허가제가 실시되면 지역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 증가로 더욱 어려운 국면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업체들도 인건비 증가에 가장 큰 우려를 표명했다.

베트남인 6명을 고용하고 있는 대구시 북구 ㄱ합섬 한 관계자는 "지역 섬유 경우 가격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실시되면 인건비 부담 상승,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업계 전반에 악양향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 필리핀·방글라데시·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산업연수생을 고용하고 있는 대구시 북구 ㅅ염직 한 관계자도 "인건비 증가에 따른 부담은 물론 외국인근로자들이 결속해 단체행동을 할 경우 이를 막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등 고용허가제 실시에 따른 부작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폴리에스테르 니트제품을 중동지역에 수출하고 있는 S산업의 경우 전체 직원 100여명중 중국,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 외국인 근로자를 30여명 고용하고 있다.

임금수준은 잔업을 포함해 110만원선으로 내국인과 별 차이가 없는 실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3D업종엔 내국인근로자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임금이 30%정도 오르더라도 어쩔수 없이 외국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인데, 이렇게 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대구의 섬유산업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질 것" 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와이퍼를 생산하는 K산업은 전체 직원 350여명 가운데 인도네시아 근로자 12명을 임시직으로 고용하고 있는데 임금수준은 기본급과 야근을 포함할 경우 90만원 선으로 내국인의 70~80% 수준이다.

회사관계자는 "외국인의 비율이 높은 업체의 경우 임금상승도 문제이지만 단체교섭권 허용에 따른 분규발생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각종 패킹을 생산하는 C업체도 스리랑카 근로자 5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임금은 월 70만원 수준이며 숙식은 따로 제공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3D업종이라 내국인들을 구할 수 없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불법체류자를 쓸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현재보다 임금이 더 올라갈 경우 경영악화로 공장문을 닫아야 할 처지"라며 앞으로의 부담을 걱정했다.

대구·경북염색조합 이병홍 상무는 "외국인근로자들의 노동생산성이 우리나라 근로자보다 떨어지는데도 외국인 고용허가제 실시로 이들의 임금이 국내 근로자수준으로 올라갈 경우 업체들은 큰 부담을 안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 "외국인들에게 단체행동권까지 부여할 경우 파업 등에 따른 업체들의 피해가 가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계는 또한 고용허가제를 실시할 경우 입국 허가 이외에 고용허가 및 노동허가를 얻는데 시간이 지체돼 인력공급이 최소 3, 4개월 늦어져 기업들의 고용 유연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도 외국인 장기체류와 환국 거부, 민족갈등, 사회적 파장 등을 우려해 고용허가제 시행을 보류 또는 폐지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번 법안 통과로 불법체류자 강제출국으로 인한 인력공백 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된 것과 앞으로 업체에서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의 수가 증가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부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연수생 쿼터가 4만5천명에 불과한 현실에서 30만명에 달하는 불법체류자들을 포함, 외국인들이 합법적인 근로자로 유입될 경우 대부분 업체가 근로자 신분의 외국인을 쓸 수밖에 없다는 현실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인건비 상승으로 큰 부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경제계의 대체적인 목소리다.

민병곤기자 minbg@imaeil.com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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