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영" "우려" 엇갈린 반응-구미공단 표정

구미공단에서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상당수 영세업체들은 지난 31일 통과된 외국인 고용허가제 법안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을 표시하고 있다.

현재 구미공단에는 중국인 1천500명, 인도네시아인 878명, 베트남인 823명 등 40여개국가 출신 4천20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섬유·기계·전자 등 400여개 업체에서 주로 3D업종에 종사해오고 있다.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강제출국 위기에 몰려 있는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이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어 중소기업체들이 인력난 문제에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 반면 임금상승이나 외국인 근로자와의 노사문제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우선 외국인 근로자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다.

TV조립업체에서 3년째 일해온 구엔 티보우(36·베트남)씨는 "여태까지 불법체류자로 항상 불안해하며 일해 왔는데 고용허가제도가 통과됨에 따라 이젠 떳떳하게 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기계 용접공장에서 일하는 산수아씨(28·인도네시아)씨는 "고용허가제가 시행될 경우 한국 기업체들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임금은 물론 노조활동 등에서 과연 한국인과 동일하게 대접을 해줄지 의문스럽다"고 반문했다.

구미공단에서 중소 섬유업체를 운영하는 박모(46)씨는 "직원 30명 가운데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8명이나 된다"면서 "이들이 강제 출국됐을 경우 일손 공백이 불을 보듯 뻔했지만 이제 한숨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또 "불법체류자들이 한꺼번에 강제 출국되면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구미공단의 중소 제조업체 중 상당수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면서 "그러나 임금상승, 단체행동권 보장에 따른 노조결성 등 또다른 부작용이 잇따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지금까지 내국인 인건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던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이 급상승하고 결국 높은 임금을 주는 기업에만 외국인 근로자들이 몰려들어 일부 다른 중소업체들이 새로운 인력난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자부품 업체 대표인 김모(56)씨는 "산업연수생 배정은 한정돼 있어 부족한 인력은 외국인을 추가로 채용할 수밖에 없다"며 "똑같은 외국인 근로자를 두고 한 직장에서 임금 및 대우가 다르다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제도 병행의 부작용을 염려했다.

한편 '외국인 노동자 노동권 쟁취운동'을 펴온 구미가톨릭근로자문화센터, 구미YMCA, 참여연대구미시민회, 구미외국인근로자쉼터, 한국·민주노총 등 10여개 시민단체들은 고용허가제 통과에 대해 '만시지탄'이라며 환영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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