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하철 유가족 보은의 글

"대구지하철 사고로 하나밖에 없는 사촌 여동생을 잃은 유가족으로서 시골에 계신 삼촌을 대신해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시기적으로 조금 늦긴 하지만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대구지하철 유가족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최근 의성군 홈페이지에 춘산면 직원들의 노고에 이렇게 감사를 표했다.

이 네티즌에 따르면 지난 2월18일 대구지하철 참사때 삼촌 박용호(48.의성군 춘산면 효선2리)씨의 장녀이자 자신의 사촌동생인 박정은(당시 대구대 4년)양이 실종되자 박씨 내외는 지하철 유가족 대책위 사무실에서 계속 생활하면서 농사일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는 것.

게다가 지난해 가을에 파종한 마늘이 6월 수확기를 맞았으나 일손부족과 계속되는 비로 인해 제때 수확하지 않아 밭에서 그대로 썩혀야 할 형편에 놓였다.

하지만 하늘도 무심치만은 않아, 김정수 춘산면장과 11명의 직원들은 6월18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종일 일손돕기에 나서 600여평의 마늘을 무사히 수확할 수 있었고, 실의에 빠진 삼촌 내외는 많은 용기를 얻었다는 것.

이후 삼촌 내외는 춘산면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으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어 조카인 자신이 대신 감사의 글을 올렸다며 과거 행정관청의 농촌일손돕기는 형식적이었지만 이날엔 사뭇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였다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김정수 춘산면장은 "당시 대구지하철 대책위 사무실에도 위로차 몇번 찾아갔었지만 농민들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농작물이 그대로 버려지는 것이 안타깝고, 박용호씨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준다는 차원에서 마늘수확 일손돕기에 나선 것"이라며 쑥스러워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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