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도권 대기업 대구·경북서 '헤드헌팅'

외환위기 사태 이후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헤드헌팅이 활성화된 후 전문인력 중심으로 대구·경북 근로자들 상당수 역시 헤드헌팅 대상화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역내 근로자의 헤드헌팅 이동 방향이 역외인데다 대상도 과장·대리급으로 젊어져 산업 사양화 이후 인재까지 역외로 유출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취업정보 업체인 갬콤(gemcom.co.kr)에는 월 최소 5건 이상의 헤드헌팅 의뢰가 들어오고 그에 따른 이직도 실제 이뤄지고 있으며 헤드헌팅 의뢰 업체는 대부분 수도권 대기업들이라고 관계자가 전했다.

희망 인력은 30, 40대가 대부분이고 평사원급을 원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으며, 직종은 IT 분야에서부터 유통 전문인력, 큐레이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는 것. 최근 경우 한 외국계 보험회사로부터 대구·경북에 근무 중인 유능한 30, 40대 보험 전문인력을 현재보다 급여를 1.5배 가량 더 주는 조건으로 헤드헌팅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인재를 찾고 있다고 했다.

헤드헌팅 대상 연령층의 하락은 전국 공통 현상이어서, 헤드헌팅 전문 사이트인 커리어센터(careercenter.co.kr)는 지난 한달 동안 사이트에 접수된 2천74건의 헤드헌팅 채용 공고를 분석한 결과 22.1%(438건)가 대리 및 과장급 채용을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특히 직급 조건을 공개한 채용공고만 분석할 경우 대리(22.9%) 과장급(33.2%)이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는 것. 커리어센터 김태원 팀장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헤드헌팅 시장에서는 임원급 구인 의뢰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 들어 실무자 중심으로 변했다"며 "대구·경북의 일부 우량기업 근무자들도 헤드헌팅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자들에겐 헤드헌팅이 근무조건을 개선시킬 기회가 되고 있으나, 역외로의 인재 유출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았다.

역내 산업이 사양화된 뒤 인력마저 유출됨으로써 지역 공동화로 연결되는 조짐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것. 인재 유출은 산업기반을 더 약화시켜 산업 사양화를 또다시 촉진하는 악순환이 초래될 수 있다고 관계자는 우려했다.

갬콤 금용필 대표는 "헤드헌팅 의뢰 업체는 대체로 대상자의 현재 임금보다 최소 30% 이상 더 준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며 "자본력을 기반으로 한 수도권 기업의 헤드헌팅이 더 활성화되면 대구·경북은 인재 양성기능만 하고 그 결실은 고스란히 수도권 기업으로 넘겨주는 상황까지 초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헤드헌팅(head hunting)=고급·전문 인력의 재취업이나 스카우트를 중개해 주는 일. 1929년 미국에서 대공황 여파로 실업이 심각하던 시기에 등장했다.

이후 영역이 세분화돼 선진국에선 변호사·의사·회계사는 물론 심지어 공무원 채용까지 헤드헌터에게 의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중반에 처음 소개됐으며, 1997년 9월 노동부가 연봉 20% 이내의 수수료를 받고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해 현재 100개 내외의 업체가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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