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여러 가지 진통과 논란이 있었던 '외국인 고용허가제' 관련 법안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하여 2004년 8월부터 시행되게 되었다.
국내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 강제출국 조치를 피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이들을 고용하고 있던 업체들은 당장의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되었고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문제, 외국에서 일고 있는 반한(反韓) 감정 해소를 통한 국가와 기업 이미지 제고 등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인해 발생할 여러 가지 문제점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우선 외국인 근로자들이 국내 근로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됨에 따라 퇴직금, 연월차수당 등 각종 인건비 인상요인이 작용하여 30% 이상의 임금상승이 예상된다.
이는 기업의 생산비용을 증대시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고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노동3권 보장으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사분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게 되었고 국내 미취업자들과의 갈등도 야기될 수 있다.
지금도 각종 노사분규와 높은 임금, 갖가지 규제 등으로 인해 중국, 동남아 등지로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들이 많아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정부의 구호가 공허하게 느껴지고 있는데 이러한 악재까지 겹치게 될 경우 국가 경제가 더욱 심한 위기를 겪게 될지도 모른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현실은 더욱 암담하다.
현재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절대적일 뿐만 아니라 섬유를 비롯한 대부분의 주력 업종들이 노동집약적 산업인 관계로 외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상승은 지역 기업들의 경쟁력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전국 산업연수생의 18% 이상, 연수취업자의 21% 이상을 대구·경북지역에서 활용하고 있다는 점만 보아도 우리 지역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잘 알 수 있다.
정부는 시장원리를 적용한 '인력풀' 제도를 활용하고 해외 송출비리를 근절하여 인건비를 하락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성이 국내 근로자의 70%정도 밖에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들의 체감 인건비 상승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본격적인 외국인 고용허가제 실시까지 1년의 시간이 주어졌다.
이 기간동안 '고용허가제'를 도입한 선진국들의 철저한 사례분석을 통해 각종 문제점들에 대한 바람직한 해결책과 제도적인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선 정부가 생각하는 '인력풀' 제도를 통한 외국인 근로자 도입시 그들의 생산성에 맞는 합리적인 임금수준이 제시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외국인 정주화 방지 대책과 고용허가제 도입후의 사업장 이탈 등에 따른 불법체류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효율적인 제도로 자리잡기 위해 무엇보다 '엄정하고 원칙에 따른 제도의 집행'이 뒷받침 돼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너무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기업들도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단순히 저임금과 3D업종의 대체인력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국내 근로자와 동일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하면 이들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현재 '외국인 산업연수생'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은 '고용허가제'실시 이후, 한가지만 활용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어떠한 제도가 더 효율적인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해야 할 것이다.
이제 '외국인 고용허가제'라는 주사위는 던져졌다.
시행을 1년 앞두고 정부와 기업을 비롯한 각 경제주체들은 새로운 제도가 큰 충격이나 혼란이 아닌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이 될 수 있도록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나가야겠다.
이희태(대구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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