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목화처럼 살고 싶다

7일 드디어 '목화'가 활짝 피어 포근한 하얀 솜털이 되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오페라 하우스 개관 기념 오페라 '목화'는 순수 창작 오페라이다.

창작 오페라의 효시는 1950년 현제명의 '춘향전'이었다.

그 후 원효대사, 시집가는 날, 원술랑, 심청 등이 선보였고 힘든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공연돼 관객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우리 말로 된 가사와 친숙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점, 그리고 공유할 수 있는 정서가 창작 오페라이지만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오페라를 즐기려면 그 내용과 등장 인물 등 알고자 하는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관객이 주체이기 때문에 작품을 이해하려는 적극성을 가지고 다가간다면 틀림없이 아깝지 않은 저녁 나들이가 될 것이다.

'목화'는 문익점이 환생, 패션 디자이너로 성공하는 문추백을 중심 인물로 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여인들의 사랑이 시대적으로 다른 모습으로 보여지고, 3막에는 화려한 패션쇼가 펼쳐진다.

오페라는 귀로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무대 의상이나 장치 등 눈으로 즐기는 부분도 상당히 크다.

이번 작품에서 오페라 속의 패션쇼라는 실험적 무대가 관객들로부터 어떤 반응을 가져 올 지 사뭇 흥미롭다.

오페라 '목화'에 출연하면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보았던 광활한 미국 남부 농장에서의 흰 목화를 기억했다.

그 목화는 슬픔이자 분노였다.

목화는 작은 떨림으로 찬란히 피어나 단 하루만에 진다.

그 불꽃같은 정열은 가슴 떨리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기도 하다.

또 목화에서 빠져나온 솜은 갓 태어난 아기의 요나 연로하신 부모님의 잠자리로 다시 자리잡는다.

목화에서 나의 삶을 되돌아 본다.

다른 장소, 다른 시간, 다른 만남들 속에서 목화처럼 아집을 버리고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필요한 이로 신선하게 서 있었는지, 하루를 살다가도 후회하지 않을 음악에의 열정을 매일 간직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오페라 '목화'의 제작진, 스태프들 그리고 출연진들과 좋은 무대를 위해 땀 흘리고 있다.

나는 오늘 하루도 목화처럼 살고 싶다.

이인철 성악가·바리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