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MH)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이 4일 새벽 서울 계동 사옥에서 투신 자살하면서 한때 국내 최대 재벌이었다 2000년 이후 재계 5위권 밖으로 밀려난 현대가(家)의 앞날이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지난 98년 현대그룹 회장에 오른 MH는 현대와 영욕의 세월을 함께 했다. 97년 '소떼 방북'을 시작으로 고 정주영 회장과 함께 대북사업을 시작, 98년 금강산관광 사업을 성사시키면서 현대와 MH는 최고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 현대그룹은 총 매출액 107조원, 계열사는 89개에 달했던 국내 최대의 기업집단이었다.
그러나 2001년 정주영 회장 타계와 함께 몽구(MK) 현대 자동차 회장과의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됐고, 이 여파로 2000년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주력 계열사들이 현대그룹에서 속속 분리되기 시작했다.
현대그룹의 모태가 된 현대건설마저 채권단의 손을 거쳐 현대를 떠났고 금융계열사인 현대투신증권과 현대투신운용 역시 지난 3월 푸르덴셜과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1999년 LG반도체를 인수, D램 세계 시장점유율에서 세계 1위로 뛰어오른 현대전자또한(현 하이닉스 반도체) 2001년 불어닥친 D램 가격 하락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고율의 상계관세를 부과했거나 부과할 예정이어서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위기 상황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특히 새정부 출범과 함께 대북 송금문제가 정치문제로까지 비화되면서 현대그룹의 대북사업도 사실상 막을 내렸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고 개성공단 건설 등 각종 경협사업또한 별 진전이 없다.
지난 23일 계동 사옥에서 열린 임시 총회에선 현대상선 지분 6.23%와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 지분 1.22% 등 대주주 보유주식 5백47만주는 전액 무상소각됐다.
과거 현대그룹의 수출창구 역할을 담당해온 현대종합상사가 설립 27년 만에 현대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 이제 현대그룹과 현대 신화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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