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김칫국부터 마신 경찰

경찰이 대구 삼덕동 권총강도 용의자로 김모(38)씨를 체포한지 5일로 만 일주일 됐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를 총포 등 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했을 뿐 강도사건 관련성은 아직도 입증해 내지 못하고 있다.

검거 직후 경찰은 "김씨의 집에서 많은 총기가 발견됐고 인근 고층건물에서 망원경으로 강도 피해자 집을 관찰한 것은 물론 석달전 한전 직원으로 가장해 피해자 집 내부 상황도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강도 사건 관련성에 확신을 보였다.

기자브리핑 당시 경찰 관계자의 목소리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충격적인 주택가 권총 강도사건 범인을 발생 일주일도 안돼 잡았다는 의기양양함도 묻어있었다.

수사본부의 한 경찰관이 "김씨가 범인인지 아직 알 수 없다"며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대부분의 관계 경찰관들은 김씨를 범인으로 단정하고 있었다.

취재기자나 관계자들도 엄청난 양의 총기가 발견된 사실에 더 주목하느라 김씨의 강도 사건 관련성 여부는 일단 뒤로 미뤄놓고 있었다.

"집 안이 무기고"라고 표현될 정도여서 그 자체로도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 이제 관심은 다시 김씨의 강도 사건 관련성 여부로 되돌아 왔다.

그 사이 김씨는 계속해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경찰은 그걸 뒤엎을만한 단서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38구경 권총이나 전자충격기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김씨의 관련성 여부를 밝혀 줄 DNA 감식 결과 발표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드디어 경찰은 "피해자 집에서 발견된 모자가 범인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한발 물러서기 시작했다.

물론 경찰은 아직도 김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

"김씨의 지적 능력이 뛰어나고 워낙 용의주도해 밝혀내기가 어려울 뿐",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내는데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애써 당혹감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벌써부터 김씨가 진범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경찰이 엄청난 양의 총기를 적발해 낸 것은 분명 잘 한 일이다.

그러나 김씨를 강도 사건과 직접 연관짓는데 있어 얼마나 신중했는지, 수사 출발 때 과연 프로로서의 치밀성은 갖췄던 것인지, 되돌아 봐야 할 때가 됐음도 분명하다.

전창훈(사회1부)apolon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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