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회장 자살, 지역 경제계 반응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4일 새벽 투신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경제계 인사들은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기업인이 경제 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고통받거나 어려움을 겪는 일 없이 기업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나타냈다.

이인중 화성산업 회장은 "자살의 동기를 정확히 알 수 없어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며 "정주영 전 회장이 이룩한 현대그룹은 기업으로서는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가정적으로는 많은 불행이 잇따랐는데, 또다시 불행이 겹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백창곤 엑스코대구 대표도 "이유야 어쨌든 우리나라 재계를 대표하던 사람이 갑작스레 자살을 했다는 사실에 '걱정'과 '우려'가 앞선다"고 말하고 "그동안 대북사업과 150억원 비자금 파문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정몽헌 회장의 입장을 생각해 볼 때 기업은 기업으로서 정도를 걷고 개인적으로나 기업차원에서 떳떳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비록 '자살'이라는 방법이 정당했는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정 회장의 자살은 우리사회에 적잖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재훈 경북테크노파크 기획운영부장(영남대 교수)은 "왜, 정 회장이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거짓말을 하고도 뻔뻔스럽게 활보하고 다니는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과 비교해 볼 때 정 회장은 그래도 솔직하고 책임감을 느낄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어쩌면 정 회장은 자살로서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사죄하고 마지막 '양심'을 지킨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또 "만일 일부언론의 보도처럼 정 회장의 자살 때문에 대북사업이 차질을 빚는다면 그것은 지금까지의 대북사업이 잘못된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국가적으로나 민족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 대북사업은 한 개인에 의존하기 보다는 시스템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정해 경북대 교수는 "물론 정 회장의 경우는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일본에서는 기업이 부도났을 때 사장이 책임을 지고 목숨을 끊고 그것이 사회적 귀감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만에 하나 정 회장의 자살에 경제적 요인이 아닌 정치를 비롯한 경제 외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면 우리사회의 기업풍토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정치 등 비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기업인들이 고민하지 않고 물속을 물고기처럼 마음놓고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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