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찰 "정회장 타살 혐의 못 찾아"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투신 자살 사건을 조사중인 경찰은 4일 브리핑을 통해

특별한 타살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길범 서울 종로경찰서장은 "정 회장 집무실 창문이 열려 있었고 부인과 김윤규 사장 앞으로 쓴 유서가 들어있는 2개의 봉투와 '죄송합니다'라고 적힌 1개의 봉투가 집무실 원탁 위에 있었다"며 "평소 착용하던 시계와 안경도 집무실 원탁 위에

놓여 있는 등 타살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러나 최초 정 회장의 시신을 발견한 윤모(52)씨를 비롯해 운전사 김모

57)씨, 비서실 직원 최모(28.여)씨, 정 회장과 함께 술을 마신 재미교포 친구 박모(

53)씨 등 주변 관계자들과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정회장의 투신 전날 행적 등에 대해

집중 조사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날 오후 1시께 집을 나와 오후 3시께 모호텔에서 친구

박씨를 만났으며 서울 강남 R 한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오후 6시부터 두시간 가량 부인, 딸, 손위 동서와 조카 및 친구 박씨 등 5명과 식사를 했다.

정 회장은 이어 가족들을 먼저 돌려보낸뒤 사옥으로 돌아오기 전인 오후 11시께

까지 박씨와 청담동 W카페에서 와인 2병을 나눠 마셨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 회장은 3일 오후 11시52분께 서울 계동 현대 사옥에 도착, 본사 보안직원 위모

(30)씨의 안내로 12층 회장실로 이동했으며, 열쇠를 건네 받아 안에서 문을 잠갔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 회장은 회장실에 들어가기 전 운전기사 김씨에게 '20~30분 정도 있다 내려오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박씨는 정 회장의 보성고 동창으로 잠시 귀국했다가 정 회장이 먼저 연락해 이날 만났으며 사업과 관련된 별다른 얘기는 없었고 골프 등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눴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정 회장의 부인은 경찰에서 평소 대북송금 특검 등으로 고민을 많이 했지만 숨진 당일 날 집을 나설 때 특별하게 이상한 점은 없었다고 진술했으며, 경찰은 필요

할 경우 박씨를 다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유서와 관련 "가족들에게 공개 여부를 물어보았지만 변호사와 상의 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며 "특별한 내용은 없었지만 일부 알려진 것과는 내용이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가족과 김 사장 앞으로 남긴 유서에는 대북송금 특검 수사와 관련된 심리적 부담에 관한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은 '죄송합니다'라고 겉에 쓰여있던 봉투에 들어있는 유서에 대해 '사업 관계자나 국민들에게 쓴 것으로 보인다'고만 한 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

고 있다.

한편 검.경은 이날 정 회장의 시신에 특별한 외상은 없었지만 타살 가능성 등

정확한 사인규명을 위해 이날 오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부검에 착수하는 한편

정 회장이 집을 나선 이후 오후 3시 박씨를 만나기 전까지 2시간 가량의 행적과 유서 글씨체에 대한 필적 감정,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을 조사중이다. 정치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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