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7월 26일 이공계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출세의 비결이 되도록 중앙부처 국장급의 최소 30% 이상을 이공계출신에 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중국방문 중 중국 정치 지도자 가운데 후진타오 등 이공계출신이 많은 것을 보고 향후 우리도 인재등용 시 이공계출신의 우대필요성을 언급한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공계 우대방침은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의 다양화, 전문화되는 사회변화에 정부가 보다 능동적으로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그 기본취지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이공계출신의 공직 진출기회 확대계획은 반드시 확실한 추진근거와 명확한 대안 제시를 전제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현재 중국이 시행하고 있는 인재등용정책은 중국의 국내외정세를 바탕으로 중국정부가 장기간의 검증과정을 거쳐 운용하고 있는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정치제도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1949년 신 중국 탄생이래 중국정부는 현대화된 공업국가건설이 국가의 지상과제였기 때문에 이공계통 인재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게 되었다.
그 후 이공계출신 기술간부들이 중국정치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78년 12월에 개최된 중공당 제11기 3중전회 이후로 볼 수 있다.
덩샤오핑을 중심으로 한 실용주의 세력들은 개혁.개방정책의 채택과 함께 공업.농업.국방.과학기술 등의 4개 현대화 계획을 추진하면서 1949년 이래 중국공산당과 중국정부에 의해 계획적으로 배양된 이공계출신 간부들이 중국정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중국 정치에서 이공계 출신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은 중국정부가 이공계 인재 양성프로그램을 운영한지 최소한 30년 이상 경과한 후 나타난 결과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중국에서는 이공계 출신들이 국가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특수환경이 마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중국국가기관의 조직 및 활동의 주요원칙인 중공당의 영도원칙과 군중노선원칙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인재발굴방식에 있어서 당의 영도원칙을 들 수 있다.
현재 중공당의 당원은 약 6500만 명으로 전체 중국인구 중 약 5%를 점하고 있으나 중국의 거의 모든 조직을 인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파워엘리트 그룹으로 볼 수 있다.
중공당은 산하에 있는 공산주의청년단을 통해 중.고등학교 때부터 우수한 인재를 공급받아 중공당과 국가의 간부요원들로 육성하고 있는바, 후진타오를 위시한 현 중국의 대부분 영도계층들이 바로 공산주의청년단 출신이다.
따라서 현 중국의 영도계층들은 공업화.현대화라는 중국의 국가적 수요에 부응하여 중국공산당이 계획생산방식에 따라 배양한 인재들이기 때문에 한국사회의 지도급 인사들과는 탄생배경이 전혀 다르다 할 수 있다.
둘째, 인재운용방식에 있어서 군중노선원칙을 들 수 있다.
군중노선이란 어떠한 정책과 행동이 반드시 광범위한 인민군중의 최대이익에 부합하는가? 또한 광범위한 인민군중이 옹호하는가? 하는 문제를 각종정책결정의 최고목표로 삼아야하며 인민을 신뢰하고 인민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최다군중의 최대이익" 추구를 목표로 하는 정치노선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중공당이나 중국정부는 군중노선에 입각한 정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그들이 배양한 인재들로 하여금 중공당과 지방정부의 기층조직에 배치하여 위민봉사 자세를 고취하는 훈련을 시키고 있는바다.
따라서 오늘날 중국의 영도계층은 바로 오랜 기간동안 지방정부와 지방 당에서의 풍부한 현장 실무경험을 가진 자들이라 할 수 있다.
국가의 인재양성정책은 국가의 백년대계와 직결된 문제로 졸속하게 실시해서는 안 된다.
만약 금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준비과정 없이 중국의 인사정책을 모방하는 차원에서 즉흥적으로 구상되었다면 엄청난 후유증과 문제점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우리정부가 이공계출신을 갑작스럽게 중용할 경우 행정실무경험의 미비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더욱이 이공계 공직진출 기회확대를 출세와 연결시키는 사고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라 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대학이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행정고시, 사법고시 준비기관으로 전락된 상황 하에서 이공계열까지 출세를 위해 고시에 매달리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공계열의 진정한 활성화를 위해 보다 효과적인 육성.지원방안을 마련하여 이공계전공자가 관료나 정치인이 아니라 과학기술자로 국가에 기여토록 해야할 것이다.
이공계 출신에 대한 고위직 30% 이상의 할당제 또한 공무원 사회로 하여금 불공정 시비 또는 특혜 논쟁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크다 할 수 있다.
참여 정부의 임기는 5년에 불과하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5년 간의 짧은 기간이 결코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정책의 실험 기간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참여정부의 각종 국정난맥상이 지도급 인사들의 국정경험 미숙에 기인한다고 질타당하고 있는 상황 하에서 새로운 지도급인사 발탁계획 역시 시행착오를 범할까 심히 우려스럽다.
분명히 명심해야 할 것은 한국은 결코 중국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장병옥(계명대 교수.대한정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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