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蓮을 보며

중국의 문호 임어당(林語堂: 1895~1976)이 "중국문학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로 극찬했던 청(淸)나라때 문인이자 화가인 심복(沈復: 1762~1808)의 수필식 자서전 '부생육기(浮生六記)'에는 중국 역사상 가장 지혜롭고 사랑스러운 여성으로 일컬어지는 운(芸)이라는 여인이 나온다.

심복이 병으로 일찍 죽은 아내 운을 그리며 그녀와의 아기자기한 추억을 담은 이 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여름에 연꽃이 처음 필때에는 꽃들이 저녁이면 오므라들고 아침이면 피어난다.

운이는 작은 비단주머니에 엽차를 조금 싸서, 저녁에 화심(花心)에 놓아두었다가 다음날 아침 이것을 꺼내 샘물을 끓여 차를 만들기를 좋아했다.

그 차의 향내가 유난히 좋았다~'.

가난한 선비를 남편으로 둔 아내의 마음씀이 가슴 뭉클하게 하면서도 너무나 운치어린 정경이 아닐 수 없다.

연꽃의 계절이다.

이 땅의 크고 작은 연당(蓮塘)마다 등불을 켜듯 연꽃들이 환하게 피어나고 있다.

개구리의 물장난에도 넘실거리는 커다란 연잎, 또르르 구르는 연잎의 초록구슬, 바람에 살짝 나부끼는 연꽃들은 가히 환상적이다.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서정주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중)라는 시구처럼 연밭을 스치는 바람도 여느 바람과는 다른 듯 하다.

게다가 연은 버릴 것이 없다.

꽃은 말할 것도 없고, 연밥은 약용으로, 연잎은 약용 및 연엽주로, 연근은 식용으로, 또 연잎의 이슬은 피부에도 좋다한다.

그러나 뭐니해도 연의 가장 큰 미덕이라면 속진을 초월한 맑음이 아닐까. 송(宋)의 유학자 주돈이(周敦이: 1017~1073)가 수필 '애련설(愛蓮說)'에서 갈파했듯 "진흙 속에서 피어났으면서도 진흙의 추함에 물들지 않는"그런 정갈한 아름다움...

카드빚, 취업난 등 이런저런 이유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자살신드롬이 안개처럼 스멀거리는 터에 마침내 굴지의 대기업 재벌까지 자살했다는 소식이 충격적이다.

생계형 자살과 달리 대북사업 등 맹활약을 하던 재벌 회장의 자살이란 점에서 파장이 크다.

비록 이 세상이 진흙탕 같고, 그래서 임희숙의 노랫말대로 등이 휠 것같은 삶의 무게에 짓눌릴 때라도 한 번 더 힘을 낼 수는 없는걸까. 악취나는 뻘 속에 뿌리를 박고 있어도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연을 보면서, 이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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