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닌데,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간다 지나간다 환한 햇빛 속을 손을 흔들며……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라는 데, 왼통 풀냄새를 널어놓고 복사꽃을 울려놓고

복사꽃을 울려만 놓고, 환한 햇빛 속을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

김춘수 '서풍부(西風賦)' 부분

김춘수 시인의 초기시다.

복잡해진 사회에서 소외된 현대인의 모습, 심리상태를 쓴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런 만남 속에서 우리 현대인은 마음을 나눌 대상을 찾는다.

내 마음속에 그려둔 그를 아무리 찾아도 그 대상은 현실에서는 찾을 수 없다.

그러니까 나는 그냥 여기에 있는데 다들 너무 잘 살고 있다는 점. 바로 그런 심정을 적은 듯하다.

잘 나가는 그들이 되어 있지 못한, 소외된 개인의 모습을 서풍부에서 읽었다.

대학교를 다닐 때 참 많이도 외우던 시다.

서정윤(시인.영신고교사)BR>

오늘부터 '시와 함께하는 오후' 필자가 서정윤 시인으로 바뀝니다.

시인약력= '서녘바다'로 등단(현대문학 1984년). 시집 홀로서기 1,2(1987년) 홀로서기3(1993년), 홀로서기 4(1995년). 나를 찾아떠난길 (1995년). 소설집 '슬픈사랑'(2001년). 수필집 '상어하느님 이름은 카우후후'(1995년)등 작품다수. 현 대구영신고교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