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의 하천들...거대한 하수도

최근 서울에선 청계천의 콘크리트 복개 구조물을 헐고 자연형 하천으로 되살리는 '청계천 복원' 사업이 시작됐다.

청계천은 서울의 지난 시절 개발의 상징 중 하나. 이에 청계천 복원 사업은 지금까지의 개발 시대를 마감하고 개발과 환경이 공존하는 시대로의 첫 발을 내디뎠다는 역사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녹색도시 '대구'. 대구가 이름뿐인 환경도시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지엽적.근시안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거시적인 안목과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악취가 난다고 무조건 하천을 덮을 것이 아니라 자연형 하천으로 되돌릴 수 있는 과감한 대책과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 이젠 더 이상 도시계획과 환경정책이 따로 노는 '악수(惡手)'를 두어선 안된다는 우려섞인 지적도 많다.

앞으로의 도시 경쟁력은 그 도시의 쾌적성과 생태성 등 환경성에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하천을 복원해야 하는 것은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구도 도시 하천들을 자연 하천으로 복원해 진정한 환경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대구지역 도시 하천들의 실태 및 복원 대책 등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범어천, 대명천, 달서천…. 지역의 대표적 도시 복개천이다.

이들 대부분은 오수 분리 시설이 돼 있지 않아 인근 주택, 상가, 공장 등의 각종 오.폐수가 그대로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다.

때문에 수질 악화로 인한 악취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고 수십년 전부터 계속 복개되고 있다.

이들 하천의 가장 큰 문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하천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명천의 경우 진천천을 거쳐 낙동강으로 흘러들기 때문에 낙동강 수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아예 하천으로 지정조차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수도로 분류돼 관리되는 것도 아니다.

행정용어상 '구거', 즉 '개골창'일 뿐이다.

한마디로 관리자없는 큰 '도랑'인 것이다.

때문에 하수나 하천법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

관리 부서도 없다.

이에 복개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냄새가 나면 콘크리트로 덮으면 되는 것이다.

생태, 수질 등 환경 문제를 들어 복개를 반대하고 자연형 하천으로의 복원을 주장할 근거도 없다.

달서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달서천은 일부만 하천일 뿐 나머지는 도랑으로 지정된 기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복개된 구간은 하천으로서의 기능을 잃었다고 보고 지난 95년에 하천에서 제외됐다.

현재엔 복개되지 않은 일부 구간만 하천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복개구간은 하천법이 아닌 도로법의 적용을 받기도 한다.

방촌천 역시 96년 폐천됐다.

결국 이들 하천은 하천도 아니면서 단지 'ㅇㅇ천'으로 불리고 있을 뿐이다.

대구시 한 공무원은 "과거에 악취 때문에 하천을 복개할 수밖에 없었다 하더라도 훗날 복원할 수 있도록 하천으로 남겨뒀어야 했다"며 "서울 청계천은 하천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복원될 수 있었지만 대명, 달서천 등은 하천으로 지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다시 하천으로 고시되지 않는 한 복원을 거론할 수도 없다"며 행정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복개천의 또 다른 문제는 하천 바닥 및 제방의 콘크리트 포장. 하천 복개시 하천 바닥까지 콘크리트로 포장돼 더 이상 물고기, 수변식물 등이 살 수 없는 죽은 공간으로 변해 버렸다.

복개되지 않은 구간도 제방이 대부분 직각의 콘크리트로 돼 있어 하천변에 흙이 퇴적되지 못하고 수변식생도 서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하천을 복개하다보니 도시의 친수 공간이 사라지고 콘크리트, 아스팔트 등으로 인한 지열이 발생해 열대야, 도심 열섬현상 등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또 복개 구간이 도로기능보단 주차공간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차량방치 및 쓰레기투기 등의 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복개구간이 길어지면서 복개 구간 내 쌓이는 쓰레기 퇴적물 처리 문제도 골칫거리가 될 우려가 높다.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에서 시작되는 범어천은 지난 1989년 지산택지개발지구를 시작으로 복개되기 시작했다.

지산범물지구에서 두산오거리까지 복개된 범어천은 두산오거리~황금네거리~어린이회관까지는 복개되지 않았다.

그러다 다시 어린이회관~범어시장~신천시장~2차순환선도로 구간까지 다시 복개됐다.

이들 복개 구간 중 범물네거리에서 두산오거리까지의 지산범물택지지구내에선 주요 도로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회관에서 신천시장 구간 등 나머지 구간은 거의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9년엔 신천시장 끝지점인 2차순환선도로에서부터 중앙경영정보고등학교까지 복개가 시작됐다.

지금까지 방식의 완전복개가 아니라 반복개 방식을 택했다

관계자들은 하천을 완전히 덮지 않고 중앙에 공간을 내고 구멍을 뚫어 햇볕과 바람이 들 수 있도록 하는 자연친화적인 방식이라고 한다.

그러나 복개에 대한 비난을 의식, 반복개를 택하긴 했으나 오히려 삭막하고 악취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방식이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두산오거리에서 어린이회관까지는 복개되지 않은 채 도로 한 가운데를 흐르고 있지만 하천 유지수가 적고 제방도 콘크리트로 깎아지듯 만들어져 있어 하천이란 느낌을 주지 못한다.

게다가 사고예방을 위해 철조 팬스까지 설치, 시민들과 멀어진 하천이 돼 버렸다.

범어천의 경우 현재 6천m중 4천m 정도가 이미 복개됐다.

도랑으로 분류된 대명천도 도심 구간 대부분이 복개됐다.

앞산에서 발원한 대명천은 지난 67년부터 복개 구조물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지금도 달서구 장기동 현대백조아파트 앞에서 복개 공사가 진행중이다.

이 구간의 복개도 악취 때문. 백조아파트를 비롯, 하천 인근 상가, 주택 등의 하수가 모두 대명천으로 배출돼 비린내 등 악취가 심하다고 했다.

이 동네에 7년째 살고 있다는 곽영열씨는 "코를 막고 살아야 할 정도로 악취가 심한데다 사시사철 모기까지 설쳐댄다"고 불평했다.

이 구간의 복개공사가 완공되면 대명천 총 연장 1만2천900여m 중 앞산, 안지랑네거리에서부터 성당주공아파트를 거쳐 장기동까지의 8천400여m가 모두 복개 구조물로 덮히게 된다.

미복개 구간은 장기동 먹을거리촌부터 성서공단을 거쳐 서부하수처리장까지 4천m 정도만 남는다.

미복개 구간인 성서공단 공단교 인근 하천가엔 갯버들, 외래식물인 돼지풀 등이 무성했다.

그러나 콘크리트 제방 때문에 더 이상 자라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또 서부하수처리장으로 들어가 처리돼야 하는 대명천 하수가 최근 잦은 비로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지 않고 바로 진천천, 낙동강으로 넘쳐 흘러들기도 했다.

우.오수관이 분리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강수량이 많을 경우엔 모두 감당할 수 없어 오수도 처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달서천의 경우 평리교를 경계로 양쪽이 하천 식생의 좋은 대조를 보였다.

한쪽은 삭막한 하천 콘크리트 복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반면 미복개구간인 반대쪽은 비록 콘크리트 제방이 설치돼 있었지만 버드나무, 포플러 등 각종 수변 식생이 울창,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평리교 부근 복개 공사는 지난 89년 북비산로에서부터 시작, 비산동을 거쳐 이곳까지 이르렀다.

달서천도 지난 67년 처음 복개공사가 시작됐다.

하천 총 연장 8천600m 중 6천700여m가 복개됐다.

서문시장에서 평리교까지 복개됐지만 달성공원 앞 도로 등 일부 네거리 연결 구간을 제외하곤 거의 주차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 비산동 일대 등의 복개도로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차량, 쓰레기 등이 방치돼 있기도 했다.

맑고푸른대구21추진협의회 류병윤 사무국장은 "인공 폭포, 인공 연못 등 인공 친수공간만 자꾸 만들 것이 아니라 도시 소하천의 복개를 헐고 자연형 하천으로 만드는 등 기존의 하천을 이용할 수 있는 시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오수관 분리 설치, 자연형 하천 복원 등 도시 소하천들을 시민과 함께 하는 친수 공간으로 가꾸면 경관은 물론 도심 기온도 낮추고 방제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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