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른다. '피서 갈 꿈'에 부풀어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견딜 만하겠지만 벌써 여름 휴가를 사용한 사람은 찜통같은 무더위가 괴롭기만 할 것이다. 몸에 찬 물도 끼얹어도, 에어컨 출력을 최대한 높여도 그때뿐이다. 아무리 용을 써도 피할 수 없는 더위. 여름 땡볕 아래서 만개한 연꽃을 보면서 더위를 마음 속에서부터 몰아내보자.
중국 송나라 유학자 주렴계(周廉溪)는 '진흙에서 나도 물들지 않고/ 맑은 물결에 씻기어도 요염하지 않으며/…/향기는 널리 풍기어 맑으며/ 물 가운데 우뚝하게 조촐히 서 있으니/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매만질 수 없다'고 연꽃을 노래했다. 올해의 경우 유난히 많았던 비 때문에 예년보다 대체로 꽃이 적은 편이지만 최근 햇볕 좋은 날이 많아지면서 연분홍색 꽃이 본격적으로 피고 있다.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피어나 늦게는 9월초까지 자태를 뽐낼 연꽃 명소 몇 곳을 소개한다.
■경산
△삼천지
영남대생들의 생물학 실험·실습지로 2만4천평에 달하는 비교적 큰 못이다. 경산 영남대오거리에서 자인·용성방면으로 600여m 진행하면 도로 왼쪽으로 못이 보인다. 도로쪽보다는 안쪽의 꽃이 더 좋다. 못 둑을 한바퀴 돌면서 꽃구경을 하려면 어른 키보다 높이 자란 풀들을 헤치고 나아가야 하므로 긴소매 옷을 입는 것이 좋다. 작은 막대기라도 손에 쥔다면 길을 여는 데 도움이 된다. 한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25분 정도. 차는 영남대 산·학·연센터 부근에 세우면 된다.
△연지
압량면 인안리에 있는 저수지다. 지난해에 준설한 입구쪽 일부 부분을 제외하고는 드넓은 저수지 전체를 연잎이 덮고 있다. 안쪽 제방에는 풀이 워낙 무성해 완전히 한바퀴 돌 수는 없지만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무성한 잎 가운데에 자태를 숨기고 있는 연분홍색 연꽃을 즐길 수 있다. 한찬 들어가면 사람 손을 거의 타지 않은 산딸기도 따 먹을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 경산IC 진량 방향으로 내려 굴다리 지나자마자 우회전한 뒤 작은 네거리가 나오면 다시 우회전해 1.5㎞정도 가면 우측에 있다. 인근에 있는 연화지에도 연이 자란다.
△갑못
압량면 갑제리에 있고 공식명칭은 부지다. 4만2천여평으로 못 가장자리 낚시 포인트를 제외하고는 수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이 발달해 있다. 영남대 정문에서 압량쪽으로 가다 압량천주교회 지나자마자 나오는 네거리서 자인 방면으로 우회전해 500여m 진행하면 왼쪽으로 '갑못둑길' 이정표가 보인다.
△기리지
자인면 서부리에 있는 6천평 정도 되는 못이다. 못 4분의 1정도를 연이 덮고 있는데 주로 상류쪽에 발달해 있다. 하지만 상류쪽 가장자리는 개인 경작지와 붙어 있어 접근했다가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자인면 우회도로 중간에 있는 계남2리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 1㎞쯤 가면 왼쪽으로 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못 진입로가 있다.
■청도
△유호원지
유등원지라고도 한다. 수심이 깊은 못 가운데만 빼고 연잎이 고루 발달해 있다. 도로쪽에 있는 정자(군자정)에 올라서면 저수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팔조령터널을 넘어 용암온천 방향으로 좌회전후 나오는 첫 삼거리 오른쪽에 못이 있다.
△용강지
이서면 학산1리에 있다. 연은 주로 못 가장자리에 분포하고 있는데 특히 용연정이라는 정자 주변에 많이 발달해 있다. 다른 곳보다 꽃이 조금 빨리 피어 연밥도 제법 볼 수 있다. 팔조령 터널 지나 청도 방면으로 달리다 이서면사무소 소재지 가기 직전 오른쪽으로 용강서원 입구라는 팻말이 보이는 마을 안쪽에 있다.
■의성 벼락지
단북면 정안리에 있는 6천500평 크기의 저수지다. 저수지 전체에 연이 고루 발달해 있다. 최근 '줄풀'이 많이 번지고 있지만 저수지 수면의 90% 이상을 연이 덮고 있다. 낚시꾼들의 발길도 뜸한 곳이라 연이 자라는 다른 어느 저수지보다 주변이 깨끗하다. 이곳 연의 특징은 뿌리가 거의 없다는 것. 제방에 서면 드넓은 단북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단북면사무소 바로 앞쪽에 있다.
■칠곡 망월사
대구·경북에서는 드물게 백련을 구경할 수 있는 곳으로 지천면에 있다. 백련은 홍련과는 달리 잎에서도 향이 난다고 한다. 연밭은 절 앞쪽에 조성돼 있다. 연밭 가운데로 둑이 나 있어 연잎 사이를 거닐면서 은은한 향을 즐길 수 있다. 예년보다 꽃은 적은 편. 태전교 지나 4번 국도를 타고 왜관 쪽으로 가다 지천·신동 이정표가 보이는 쪽으로 빠져 달리다 보면 망월사 이정표가 보인다.
■울진 연호지
울진읍 울진의료원 바로 옆에 있다. 수년전부터 행정당국이 연꽃 명소로 가꾸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성류굴과 불영계곡, 망양·봉평 행수욕장 등이 차로 10분 내 거리에 있다.
■대구
대구시내에서도 연꽃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제법 많다. 동구 사복·사복동 일대(대구시 지하철공사 안심차량기지 부근)에는 연뿌리 수확을 위해 경작하고 있는 연밭이 많이 있으며, 동대구IC 바로 오른쪽과 대구시 북구 구암동 운암중학교 운동장 앞 구암지 등에서도 연꽃을 볼 수 있다.
한편 동양 최대의 백련 자생지로 알려진 전남 무안군 일로읍 백련지에서는 14일부터 17일까지 무안군 주최로 제7회 백련대축제가 열리며, 계명문화대학 원예조경과가 10일까지 경남 합천군 묘산면 관기리 마령재에서 여는 '야생화·수련·연꽃 전시회'에는 150여종의 연꽃이 전시되어 있다.
글·사진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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