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제조업체들의 북한 개성공단 진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지난 4일 남북경협 사업의 중심축이었던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투신 자살하면서 공단 조성이 축소 또는 지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업계 전반에 급속히 번지고 있는데다 현대아산이 개성공단 조성 사업을 추진한 지 3년이 지났지만 분양가, 인건비, 현지 인프라 구축 등 공장 이전과 관련한 핵심 사항이 전혀 논의되지 않아 업계 불안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 것.
업계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해말까지 현대아산측에 개성공단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지역 제조업체들은 섬유, 안경, 기계 등 대략 30여업체에 이르고 있다. 대구.경북 견직물조합에 따르면 이 중 섬유업체가 가장 많은 20개로 투자규모는 최소 50만달러에서 최대 1천700만달러까지 3천만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정몽헌 회장의 투신 자살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 제조업체들 사이엔 개성공단 조성 사업과 관련한 비관적 전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투자금 100만달러에 대지 2천평, 연면적 1천평 규모의 직물공장을 설립할 계획이었던 ㅅ섬유 이모 대표는 "누가 뭐라해도 개성공단 조성 사업의 중심축은 정몽헌 회장이었다"며 "사업 지연 및 축소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ㅈ산업사 박모 대표도 "정주영, 몽헌 부자는 남북 경협의 상징적 인물로 그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며 "개성공단은 김대중정부의 정치적 논리에 의해 주도돼 왔던게 사실이고 새정부 들어 북핵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북한 진출을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체들은 특히 현대아산이 정몽헌 회장의 투신자살과 관련, 4일로 예정된 남북경협사업 실무팀의 평양방문을 취소하면서 정 화장 사후 수습과정에서 개성공단 조성 사업의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공단 조성 사업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지역 제조업체들도 적잖다. 업체들은 투자의향서를 제출한지 3년이 흘렀고 지난 6월 30일 개성공단 착공식이 열린데도 아직까지 평당 분양가조차 확정되지 않았다며 북한 주민이외의 인력 확보가 불투명하고 전기.용수 등 공장 가동과 관련한 각종 인프라 구축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언제 개성공단에 진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투자금 1천700만 달러에 대지 2천500평, 연면적 1천200평 규모의 제직 공장을 지을 계획이었던 ㄷ실업 이모 대표는 "처음 신청 당시엔 1, 2년 안으로 개성공단 입주가 가능한 것처럼 부풀려져 일단 신청부터 해 놓은게 사실"이라며 "지금은 공단 이전과 관련한 그 어떤 계획 수립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개성공단 조성이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하는 사이 일부 기업들은 투자 축소 또는 전면 백지화까지 고려하고 있는 실정. 투자금 75억에 대지 5천평, 연면적 2천500평 규모의 스판덱스 직물공장을 설립할 예정이었던 ㅅ합섬 김모 대표는 "개성공단 입주가 지연되는 사이 중국 이전을 모색하고 있다"며 "개성공단에 진출한다 하더라도 대규모 투자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중국 산둥성 칭따오시 경우 당 서기장과 경제협력국장이 직접 공장을 방문해 토지 무상 제공 등의 파격적 조건까지 제시해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
업체들은 높은 분양가도 개성공단 투자의 걸림돌이라고 했다. 10만원대로 예상했던 평당 분양가가 30만~40만원으로 상향조정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 의욕을 잃었다는 것. 이 정도 분양가는 경북 왜관, 칠곡, 구미 등지의 땅값과 비슷한 수준이라 구태여 위험도가 높은 북한까지 진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현대그룹은 4일 공식기자회견을 통해 "남북경협사업은 북한측이 협조적 자세로 전환하면서 차츰 전망이 밝아지고 있는 상황"아라며 "앞으로도 대북사업은 정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김윤규 사장을 중심으로 차질없이 수행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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