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50,60대 직장 퇴출 유감

오늘날 세계는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그 변화의 속도와 파장, 위력은 대단하다.

이러한 시기에는 변화에 순응하는 대응이 참으로 중요하다.

그 대응이 잘못되었을 때 개인과 기업, 그리고 국가의 운명은 참담한 결과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을 역사는 잘 보여주고 있다.

변화의 시기에는 분야와 역할에 관계없이 새로운 발상이 요구된다.

그리고 젊은이들은 변화에 잘 호응하고 나이든 사람은 변화에 거역하기 쉽다고 흔히 말한다.

그러면 변화의 시기에는 신진대사를 빨리 이루기 위해 젊은 세대가 사회의 주도권을 갖고 나이든 사람들은 빨리 무대를 양보하고 뒷전으로 물러서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필자의 생각으로는 사회 정책을 젊은 사람들이 하는 것은 좋으나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의 역할은 나이에 관계없이 능력 있는 모든 사람이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요즘 한국에는 386세대가 사회의 주도층으로 부각되면서 50대와 60대는 시효 지난 식품처럼 취급되고 있다.

후진에게 길을 막고 있는 서행 차량 때문에 뒤 차량이 앞길을 헤쳐 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사회의 방향을 정하는 정책과 사회를 유지하는 생산 활동은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생산 활동에서 50~60층을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역사와 변화에 역행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사회적 변화로 기업의 수명이 급속도로 짧아지고 있는 반면 개인의 직업수명은 계속 늘고 있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기업의 평균 수명은 겨우 30년을 넘고 있으며 이마저 매년 짧아지고 있다.

GM, GE 등과 같은 거대 기업들도 비록 그 사명은 바뀌지 않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면 그 내부 조직은 본래의 구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탈바꿈되어 있다.

이에 반해 개인의 직업 능력은 건강상태의 개선 등으로 매년 증가하여 20대 후반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사람은 60대 후반까지도 직업 능력을 갖고 있다.

직장인으로서의 수명이 기업의 수명보다 더 길어지는 것이다.

둘째, 사회의 평균 연령이 급속히 올라가고 있다.

전문가의 연구에 의하면 2030년 일본을 비롯한 일부 선진국의 평균 연령은 65세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노년층의 건강개선과 젊은 부부의 출산 기피로 인한 평균 연령의 상승 때문이다.

여기에서 50, 60대의 퇴직은 사회 평균 연령층의 은퇴를 의미하게 된다.

또 '그 사회는 누가 먹여 살릴 것인가?'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셋째, 산업에서 제조업의 비율이 급속히 떨어지고 지식 산업의 비율이 늘고 있어 직장에 있어서 연령이 점차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한때 30~40%의 노동 인구를 차지하던 농축업이 지금은 1% 이하에 그치고 있듯이 한때 노동 인구의 60~70%를 차지하던 제조업도 곧 20%대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나이가 업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지식산업의 비중은 해마다 올라가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을 비롯한 IT 산업의 발전으로 모든 직장인들이 물리적으로 꼭 회사로 출근할 필요조차 줄어들고 있다.

이에 50, 60대의 퇴출은 산업 구조의 변화에 역행하게 되는 것이다.

넷째, 노년층의 인구증가로 그들의 정치적 비중 또한 증가한다.

민주정치 하에서 노년층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정치인은 점차 권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이러한 제반 추세를 종합해 보면 50, 60대의 나이에 직장을 떠나는 한국의 추세는 벌써 노년층 인구의 비중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세계 선진국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인구 분포의 변화와 산업의 변화에 걸맞은 방식(Formula)을 조속히 개발하여야 한다.

또한 교육도 직장 재교육, 평생 교육, 인터넷 등을 이용한 온라인 교육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중장년층의 고용 기회를 확대시킬 수 있는 구조조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교육개혁은 산업교육에 선행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해 볼 때 2020년대를 대비한 '교육 구조조정'은 지금부터 계획되어야 할 것이다.

50, 60대의 직장 퇴출은 이렇듯 역사적 추세에 거역한다.

앞으로 65세가 되어도 사회의 유익한 생산 활동에 기여하도록 교육제도를 개선함과 아울러 직업에 대한 관념도 사회 실정에 맞도록 고쳐나가야 된다고 본다.

유종하(서강대교수.전외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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