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동네 되는 재래시장들...

자가용 승용차 증가와 대형 할인점 활성화 이후 사양화가 심화된 대구 도심 재래시장 건물들이 저소득층 주거공간으로 급속히 변모하고 있다.

상권 상실로 문닫는 점포가 속출하면서 이를 개조해 싼 임차료에 세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명동 서부정류장 서쪽 관문시장 건물 경우 전체 172개 점포 중 소방도로에 접한 30여개만 영업하고 나머지는 셔터를 내린 채 방치되거나 주거용으로 개조돼 사용되고 있다.

이 시장 건물은 1970년대에 지어졌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 사양화돼 점포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국민연금 수령자로 한달 수입이 20만원에 불과한 구모(59·여)씨는 7년 전 이사 와 개조한 7평 짜리 집에서 월세 10만원에 살고 있다고 했다.

인근 성당동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회사가 망한 뒤 세가 싼 이곳으로 옮겨 왔다는 것. 구씨는 "시멘트 집에 방이 골방이어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무척 추울 뿐 아니라 하나밖에 없는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려면 한번에 200원씩이나 줘야 해 힘들다"고 했다.

대학생 윤모(25)씨는 10년 전부터 어머니(51)와 함께 관문시장의 점포를 개조해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윤씨는 "어머니가 식당에서 일해 생계를 꾸리느라 부득이하게 세가 싼 이곳에 살게 됐다"고 말했다.

1967년에 2·3층은 아파트, 1층은 시장 점포 형태로 지어진 대명2동 영선시장 건물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현재 영업 중인 점포는 소방도로에 접해 있는 10여개뿐이고 나머지 개조된 점포에는 50여 가구가 살고 있다.

그러나 상하수도 시설이 낡아 비만 내리면 하수도에서 물이 역류하는 등 생활 여건이 여간 나쁘지 않다고 세입자들은 말했다.

사업에 실패해 많은 빚을 지고 아내와도 헤어졌다는 조모(59)씨는 3, 4평 되는 공간에서 월 8만원에 7년째 살고 있다고 했다.

충청도 보은에서 농사 짓다가 이사 와 20년째 12평 짜리 공간에서 산다는 최모(67)씨는 "가진 게 없으니 이런 곳에 살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대구 남구청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구청에서 재래시장 공동 화장실을 수세식으로 개조해도 수도·전기 요금조차 부담하기 벅찬 경우가 있다"며, 대부분이 사설 시장이어서 공공 지원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제갈윤현 남구 의원은 "빈 점포에 사는 사람 대부분이 주인이 아닌 저소득 세입자들"이라며, "주인들이 상가를 재개발하지 않고 방치해 둬 이런 상태는 더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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