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간 농민 '조수와의 전쟁'

경북 북부지역 농경지에 멧돼지를 비롯한 유해조수들이 집단으로 출몰하면서 수확기를 앞둔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자 오랜 장마로 인한 병해충의 확산으로 시름에 잠긴 농민들에게 겹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이같은 산간지역 조수 출몰은 최근 밀렵 감시 강화로 멧돼지 숫자가 크게 늘어난 데다 올 여름 오랜 장마에 산속의 열매가 줄어들자 멧돼지.노루 등이 먹이를 찾아 농가가 인접한 농경지까지 내려오기 때문이다.

5일 청송군에 따르면 올 여름 들어 청송읍과 안덕.현동.현서.부남면 등 농경지에 멧돼지를 비롯한 유해 조수들이 밤이면 떼를 지어 몰려들면서 수확을 앞둔 사과.고추.고구마.콩.배추 등 농작물을 마구 파헤치고 있다는 것.

청송군의 농가 피해상황 집계에 따르면 100여농가에 210여ha가 멧돼지.노루 등의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을 정도다.

5천평에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박정순(46.파천면)씨는 "추석 대목에 출하하기 위해 정성껏 키워온 아오리사과나무 300여그루에 까치들이 몰려와 열매를 마구 쪼아대는 바람에 상품가치가 크게 떨어졌다"며 "방학을 맞아 어린 자녀들까지 동원돼 과수원을 지킨다"고 했다.

일부 농민들은 멧돼지 떼를 쫓기 위해 폭죽과 요란한 음악까지 동원하고 있으나 속수무책다.

농민 심장길(47.파천면)씨는 "멧돼지 수십마리가 무리로 출몰, 고추밭 1천여평을 완전히 파헤쳐놓았다"고 한숨지었다.

청송군 안덕.현동면 산과 인접한 마을도 멧돼지 출몰로 논과 고구마.고추.배추밭도 엉망이 됐다.

수확기를 앞둔 봉화군내 명호.소천.재산면 등 산간오지에도 최근 집중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멧돼지와 노루 등 야생조수의 주습격 대상 농작물은 콩과 옥수수.수박.사과.고구마 등으로 5일 현재까지 봉화군에 신고된 피해 면적만 해도 8천여평에 이른다.

박덕이(67.여.봉화군 재산면 갈산리)씨는 "최근 장맛비가 그치면서 멧돼지 떼가 산에서 내려와 2천여평의 수박 밭을 헤집고 다녀 줄기가 뽑히는 등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며 울상을 지었다

영양군 석보면 화매.포산.삼의리 등 산간지 밭에는 요즘 갓 옮겨심은 어린 배추를 노루.산토끼.산비둘기 등이 마구 뜯어먹는 바람에 농민들은 아예 밭에 검은색 차광막으로 커튼을 둘러놓고 날마다 조수류와 힘겨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청송군청 권영춘 산업소득과장은 "피해 농가의 신고에 따라 유해조수 포획허가를 내주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장영화.김경돈.권동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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