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 '나그네'

지역출신인 박목월의 시다.

그는 자작시 해설집 '보랏빛 소묘'에서 "혈혈단신 떠도는 나그네를 나는 억압된 조국의 하늘 아래서, 우리민족의 총체적인 얼의 상징으로 느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시는 그와 청록파 동인인 조지훈의 시 '완화삼'(꽃을 보고 즐기는 선비)에 대한 답시로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략)구름 흘러가는/물길은 칠백 리//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중략)'. '완화삼'을 먼저 읽은뒤 '나그네'를 읽어야 시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정윤(시인·영신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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