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포항.구미 업체들 '후폭풍'

현대자동차 노사가 임금유지 및 연월차 휴가 현행보장을 전제로 오는 9월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시행키로 합의하자 자동차 산업과 연관성이 큰 경주.포항.구미 공단업체들이 '현대차 후폭풍'에 말려들고 있다.

전국 100여개 중견.중소기업들이 주축을 이루는 금속노사는 지난달 중앙에서 주5일 근무제(근로시간 단축)와 관련해 '근무시간 및 이와 연동된 사항에 대해서는 현대 등 대기업(사실상 현대자동차를 의미) 시행방안을 참조하며 노사간 합의없이 기존임금을 저하하지 않는다'고 합의한 바 있어 사실상 상당수 업체에서 이번 현대차 노사합의안이 준용(準用)될 전망이다.

게다가 금속노사는 지난달 합의당시 부속합의서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하여 자동차 부품사업장의 경우 실시시기에 대해서는 완성차 업체(현대.기아차)를 참조한다'고 명시해 경주지역에서는 다음달부터 연월차 축소 등 근로조건 삭감없는 주5일 근무제 시행요구가 더욱 늘어나게 됐다.

그러나 현대차 노사가 이처럼 사측의 대폭 양보를 통한 임단협에 합의하자 수십개에 이르는 경주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들과 10여개의 포항지역 자동차 관련 및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 관계자들은 "합의는 했지만 현실적으로 수용불가능한 문제들이 많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지난달 금속노사 합의안 일부조항의 수용거부 가능성까지 암시하고 있다.

포항공단 한 업체 관계자는 "최종 소비재 생산자와 중간재 또는 원자재 생산자간 입장차도 크고,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현대차라는 거대 기업과 대기업 하청사인 중소기업의 입장이 같을 수 없다"며 "노조가 동일 수준의 요구를 굽히지 않으면 극한 대결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경주 용강공단의 한 부품업체는 "현대차가 노조측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한 것은 장기파업을 막는 효과는 있지만 결국 그 불똥이 부품업체에 떨어져 이제 적자 누적으로 기업을 더 할 수 없게 됐다"며 한숨짓고 있다.

이들은 "모기업만 쳐다보며 생산해 왔는데 이번의 파격적인 합의는 모기업이 납품단가를 인하하는 식으로 비용부담을 부품업체에 떠넘기려는 속셈"이라며 허탈해 하고 있다.

외동지역 부품회사 김모(58) 대표이사는 "현대차가 하청업체 실정을 이해하지 않고 노조에 계속 밀리고 있어 이제 기업도 끝장"이라며 "마땅한 아이템이 있으면 전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의 전면 시행 합의로 봇물이 터졌다고도 볼 수 있는 주5일제 근무의 경우 현재 구미공단의 경우 삼성 계열사 전면 시행, LG계열사 격주 토요휴무제 실시에 불과한 수준인데 향후 공단 전체 업체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구미공단의 삼성.LG 등 대기업 계열사를 제외한 상공회의소 및 경영자총협회 소속 업체 대표들은 주5일 근무제 도입과 관련, 노사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우려하고 노조에 맞선 대항권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자부품업체 김모(47)대표는 "구미공단 대부분 중소기업의 경우 주5일제 실시에 따른 인건비 추가부담과 경쟁력 약화 등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주5일제의 갑작스런 확산은 산업현장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현대차 노사합의안에 대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김병일 민주노총 경북본부 의장은 "현대차 합의안은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요구를 반영한 정도에 불과하며, 6일 발표된 양대노총 단일안도 같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주.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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