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평화운동가 박노해 시인

지난 4일 대구사회연구소에서 개최한 박노해 시인의 강연회에 다녀왔다.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노동의 새벽을 부르며 가슴 저미는 슬픔을 느꼈던 한 시절이 떠올랐다.

야윈 얼굴에 텁수룩한 턱수염을 기른 박노해 시인은 생각보다 자그마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필생의 꿈은 평화로운 저녁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전쟁의 총성이 멎지 않은 바그다드시내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여 주며 강연을 진행했다.

그의 목소리는 나직하고 부드러웠지만 단단한 힘이 느껴졌다.

평화롭게 저녁을 먹던 일가족이 폭격에 몰살당한 사진. 같이 뛰놀던 친구의 시체를 내려다보는 일곱 살 소녀. 열화우라늄탄에 몸이 익어버린 아이의 처연한 눈망울. 형의 시체를 파내며 털썩 주저앉는 청년. 이라크의 참혹한 광경을 보고 난 다음에 본 미국의 풍요로운 모습은 천국과 지옥처럼 비현실적이었다.

미국이 누리고 있는 부는 제3세계 민중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었다.

우리나라에도 늘 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실제 미국은 다음 목표로 북한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총성 없는 대량 학살인 미국의 경제제재로 인해 북한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전쟁은 인간의 모든 것을, 과거와 미래와 희망과 꿈을 송두리째 쓸어간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사랑하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 맑은 눈빛, 우리의 희망과 미래를 전쟁의 추악한 손에 빼앗길 수 없는 일이다.

반전평화운동은 우리 한반도의 미래와 운명이 걸린 일이다.

한때 혁명적인 노동운동가였던 박노해 시인은 노동의 새벽을 지나 평화의 저녁으로 가고 있었다.

'바그다드의 긴 눈물'을 증언하는 시인 박노해는 반전 평화운동가였다.

평화를 위해 사막 속으로 걸음을 옮기며 박노해 시인은 시적인 표현으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평화는 낙타의 걸음으로 걷는다".

김옥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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